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16일] 기부문화와 예술의 발전

몇 년 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지나가던 중 벤치에 붙어 있던 명판을 본 적이 있다. 명판에는 벤치를 기증한 사람의 이름과 간단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은 결혼 몇 십 주년을 기념해, 어떤 경우는 아기가 태어난 날을 기념해 벤치를 기증했다. 시민을 위한 사회재원을 기부문화에서 찾은 뉴욕시의 발상이 놀라웠고 남들을 위한 기부자의 배려심 또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데 교육ㆍ예술 등 그들의 관심사만큼이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기부가 이뤄진다. 특히 예술 분야의 기부는 활발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링컨센터의 ‘에버리 피셔 홀(Avery Fisher Hall)’. 에버리 피셔는 미국 최고 영예의 음악상(Avery Fisher Prize)을 창시했고 ‘뉴욕필하모닉홀’의 개보수 자금으로 1,0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시는 이 공연장을 기부자의 이름인 ‘에버리 피셔 홀’로 명명했다. 우리도 얼마 전 명동아트센터를 개관하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객석기부제’를 시행했다. 공연장은 대중을 위한 공간이다. 센트럴파크의 벤치가 시민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듯 공연장의 객석은 시민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해 사회를 건전하고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국가발전에 기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예술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사회자원으로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많은 예술기관이 설립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존속시키려면 사회의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이 꼭 필요하다. 예술은 경제 및 다양한 분야의 발전에 도움을 줘 한 국가의 발전 잠재력을 판단하는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세계 무대에서 국가위상을 높이기 위한 경쟁력 있는 예술작품을 제작하려면 정부와 기업에서 꾸준한 후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경제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구성원이 즐겁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예술에 대한 거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예술에 대한 기부를 일방적인 기부가 아닌 기업의 존재가치를 전세계에 알려 부동층 고객을 확보하는 광고와 마케팅 성격의 투자로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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