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부-재계 특별대담] 권오승-정구현 '경제 이슈' 대담

권오승 "대기업 의사결정 오너가 좌우 곤란"<br>정구현 "경제검찰 호루라기 자주 불면 안돼"

지난 20일 과천정부청사 공정거래위원장실에서 가진 특별대담에서 권오승 위원장과 정구현 소장이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신이 카르텔(담합)을 했는지도 모르고 카르텔이 잘못이라는 인식조차 없다. 카르텔을 주도한 기업인은 사회공헌활동을 한 것처럼 생각하는 풍토까지 있다.”(권오승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사실 별것 아닌데 대기업 규제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없애는 게 좋았다. 하지만 폐지하면 참여정부가 친기업적으로 간다고 인식돼 지지 기반을 잃을까봐 과감하게 없애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권 위원장과 정 소장은 서울경제신문이 기획한 대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했다. 대담 주제는 ▦기업 담합 문제 ▦지배구조와 출자총액제한제 ▦금산분리 ▦기업의 투자 부진 등 현안에 두루 걸쳤고, 나아가 공정위의 역할문제까지 논의를 전개했다. 권 위원장과 정 소장은 때로는 격렬하게 부딪치기도 했지만 토론 속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를 찾아나갔다. 특히 동남아ㆍ아프리카 등 후발국에 ‘경제한류(韓流)’를 전파해야 한다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 산업발전을 위한 인력ㆍ자본ㆍ기술 등을 모두 갖고 있고”(정 소장) “국내의 훈련된 인력과 그룹 시스템을 활용해 산업화 경험을 베트남ㆍ몽골 등에 전달하면 해당 국가는 물론 우리의 미래도 새로 열 수 있다”(권 위원장)는 것이었다. ● 기업 담합 문제 ▦권 위원장=최근 민생 및 소비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카르텔(담합)을 규제하면서 “공정위가 드디어 이름값을 한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 카르텔 적발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부정행위하는 학생을 적발한다고 면학의지가 위축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 소장=확실한 카르텔의 경우 규제를 받아야 한다. 카르텔은 가장 나쁜 경쟁저해 행위다. 하지만 카르텔에 연관된 기업들 중 ‘가격담합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권 위원장=카르텔을 했는지 모르는 때도 있더라. 대전에서 7개 레미콘 사업자들이 담합을 했는데 ‘누가 주도했느냐’고 물었더니 사장 한 분이 손을 들었다. 마치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해 해결하고 사회공헌을 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잘못했다는 생각은 읽을 수가 없었다. 카르텔이 적발된 석유화학 업계도 자진신고한 기업이 배신자라는 분위기만 퍼지고 있다. 뉘우치는 기색이 없고 저 회사가 고발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분위기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 소장=특정사안까지는 자세히 잘 모르겠지만 과징금 부과액, 카르텔의 연속 기간 등을 인정하지 못해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권 위원장=다툼은 여러 가지다. 석유화학의 경우 11년간 카르텔을 유지할 수 있느냐 등 기술적인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경쟁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기업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규제 완화를 기업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카르텔이나 독과점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표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동의해야 마땅하다. 외국계 기업들은 조사 나가면 적극 협조한다. 국내 기업은 문 앞에서부터 막는다. ▦정 소장=기업을 너무 선하게 보는 것 아닌가. 기업의 속성은 독점이다. 전세계적인 인수합병(M&A) 열풍도 기업들의 독점욕구 때문이다. 또 다른 기업의 불만은 공정위의 조사방식이다. 무슨 혐의가 있어서 조사하는 것은 ‘OK’지만 혐의가 없는데도 무조건 찾겠다는 식이다. 음주운전 단속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처럼 도로 전체를 점유한 채 조사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없다. 집에서 술 마시다 차 빼달라고 해서 빼다가 걸린 경우도 있다. 적어도 공정위는 길 막고 음주운전 조사하는 식으로는 안했으면 좋겠다. ▦권 위원장=전적으로 동의한다.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하는 게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조사, 경제적 분석, 법리적 검토 등 3가지 측면이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조사 때 다소 무리하는 부분은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조사기법이 발달되면 해소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공정위의 어려움도 있다. 공정위 조사 직원이 퇴근 때 자료를 확보해놓고 가면 없어지기도 해서 자료보존권만이라도 가지려 했는데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고 통과가 안됐다. 경쟁질서를 위반하지 않은 기업은 공정위 눈치 안보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소장=공정위는 경제경찰ㆍ경제검찰 등 어떻게 부르건 심판기능을 하고 있다. 호루라기를 너무 자주 불면 경기가 제대로 안된다. 한국경제의 핵심요소는 개방과 경쟁이다. 개방은 국가의 전반적인 것이고 경쟁촉진을 제대로 확실히 하는 게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난 80년대 초 공정위가 생길 때 경제구조는 정부 주도의 폐쇄경제였지만 지금은 영미식 자본주의 경제다. 공정위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닌가. ▦권 위원장=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제개혁 보고서에서 공정위의 강제조사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 이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보는 게 공정위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할수록 공정위 역할도 커져야 한다. ▦정 소장=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개별국가 단위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당국도 세계적인 협조체제를 강화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권 위원장=항공운송ㆍ해운 등 국제 카르텔에 대해서는 제보가 오면 공조하고 있다. 또 쌍방 조약도 많이 있다. 이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들어간 것도 거의 쟁점이 없었다. ▦정 소장=공정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깨줬으면 좋겠다. (웃음) ● 기업지배구조 ▦정 소장=공정위의 역할은 크게 4가지로 본다. 기본 업무는 경쟁촉진과 소비자보호다. 경제력 집중 완화와 중소기업 보호는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쟁촉진에 위배될 수도 있다. 가령 출자총액제한의 경우 대기업들에는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 보호도 목적은 좋지만 잠재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과거 중소기업 업종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청관계 감시ㆍ감독 등의 업무는 중소기업청 등 정부 내 다른 부처가 맡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지배구조나 중소기업 보호 정책 등은 버리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게 맞다고 본다. ▦권 위원장=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경제력 집중의 문제 가운데 소유지배구조, 경영 불투명성 문제 등은 공정위가 할 일인지 나 역시 의문이다. 취임 후 기업지배구조 등의 문제는 간여하지 않으려 했다. 상법이나 증권거래법에서 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해 공정위에서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경쟁력 없는 기업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문제다. 둘째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대그룹과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면 살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부당 지원 등을 통해 시장기능을 위축시키는 기업집단 시스템에 대해서는 간여해야 한다. 중소기업 문제도 고민이다. 중소기업 보호는 경쟁력이 없어도 약자니까 보호하자는 것으로 경쟁 촉진과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의 공정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공정위가 자유로운 경쟁으로 점점 무게중심을 옮기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을 둘러싼 거래상의 불공정 문제의 폐해가 커 당장 손을 털기는 쉽지 않다. ▦정 소장=정치권력의 원천이 선거라면 기업이 갖고 있는 경제권력은 시장에서 나온다. 선거가 공정하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있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공정위가 있다. 정치권력은 선관위가, 경제권력은 공정위가 정당성을 보장한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개입은 선관위가 '각 정당의 대표를 어떻게 뽑아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과 같다. 지난번 모회사가 보험업에 진출하려 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포기한 적이 있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용납되지 않는다. 97년 이후에는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는 자본시장에 맡기고 공정위는 경쟁촉진으로 가는 게 시대변화에 맞는 것이다. ▦권 위원장=경제 분야에서 개별 소비자가 주권자라지만 개별적으로는 약자다. 시장의 투명화, 기업들의 경쟁이 필요하다. 경제력 집중 문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의 내ㆍ외부 견제 시스템 도입 수준은 90점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제도의 작동 수준은 아직도 40점대에 머물고 있다. 사외이사 등 많은 장치들이 있지만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우 핵심적인 의사결정은 여전히 오너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내외부 견제 시스템이 잘 작동되면 공정위 업무도 기존의 시장감시에서 개별산업의 경쟁을 감시하는 구조로 서서히 옮길 것이다. ▦정 소장=비유를 더 하자면 대통령은 한번 뽑히면 5년간 권력을 유지하지만 기업은 매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받는 규율보다 훨씬 더 철저하다. 이른바 시장경쟁의 잔혹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너의 효율성'이라는 근본적인 이슈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오너가 기업을 좌지우지했지만 지금은 영미식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오너 및 창업자 가족-전문경영자-시장'이 서로 견제하는 '3각 감시체제'로 바뀌었다. 일부에서 모범답안이라고 얘기하는 전문경영자 체제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오너의 감시체제는 상당히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권 위원장=좋은 말씀이다. '지배구조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완벽한 지배구조가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 정부가 '이게 좋다. 이렇게 가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 지배구조는 지난 1년간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 어떤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우 총수가 5%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계열회사 지분 44%를 동원해 40~50개 기업을 지배하는 시스템은 문제이다. 효율성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지 몰라도 백번 양보해도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더라도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부정적인 측면을 막기 위해) 만든 게 출총제지만 적절한 제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환상형 순환출자만이라도 털어보자고 나선 것이다. 또 하나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하게 떠오른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다. 중견기업이 튼튼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필수적인 건강한 경제구조가 되지 못한다. ▦정 소장=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정위가 고민할 게 아니다. 자기 영역을 너무 넓히면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진다. 기업도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만 제시하면 열심히 뛰지만 4~5개 목표를 주면 집중할 수 없다. 대기업집단이 경쟁력 없는 계열사를 보조한다는 얘기는 요즘의 상황과 맞지 않다. 물론 2~3년간 보조해 5~6년 이익을 낼 수 있으면 괜찮지만 경쟁력 없는 기업을 살리려다 실패하면 자기들도 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정말 피가 튄다. 단일기업 안에서도 사업부간 경쟁이 심할 정도다. ▦권 위원장=시각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우리나리 대표그룹들을 조사해보면 '아직도 이렇게 하는가'라고 느끼게 하는 일이 수없이 많다. 인식차이가 아직 크다. 예를 들어 나는 삼성을 전자 등 개별 회사를 주체로 보고 싶어 하는 데 비해 삼성은 그룹 전체를 하나로 보는 듯하다. 아직도 전체 그룹에 이로우면 좋은 게 아니냐는 의식이 상당히 크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제경쟁력 확보 과정에서 시장의 경쟁기능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시대적 요구다. 한국을 지배하는 그룹 총수들이 그 부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을 도와주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지난번 상생협력회의에서 어느 최고경영자(CEO)가 묻기에 "제값만 주면 된다"고 얘기했다. 중소기업을 보조하는 게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공동개발하자고 하면 겁부터 난다고 한다. 모든 게 노출돼버리니 전문인력과 기술을 빼가고 납품단가도 겨우 살아남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책정한다. 고통분담이 이런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 소장=현실적으로 그룹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창업자 가족이 계속 지배하려는 욕구와 브랜드 공유 등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그렇다고 오너가 그룹 경영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카드 사태 때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증자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삼성카드가 망하는 데 따른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 반대로 정상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투자한 것이다. 그룹 체제가 갖는 장단점을 고려해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순환출자제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룹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소유와 지배와의 괴리도, 선단식 경영의 취약성 등 2가지 이유를 든다. 물론 그룹 체제의 단점도 있지만 브랜드와 인프라 공유, 내부 자본시장의 역할 등 강점도 있다. 바이오 등 신규산업 진출 때 당장은 수익성이 좋지 않더라도 전망이 좋으면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를 안으면서 키워낼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현재 규제는 그룹 체제의 부작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권 위원장=오히려 그룹에 대한 비판ㆍ규제가 많이 없어진 것 아닌가. ▦정 소장=순환출자 규제 자체가 그룹체제를 종식시키겠다는 뜻이다. ▦권 위원장=더 잘 아시겠지만 순환출자 규제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주고받고 하면서 불과 1억원으로 수백억원의 가공자본을 만드는 수단이 순환출자다. 현재 금지된 상호출자의 탈법적인 수단이다. 그룹 체제 이전에 주식회사 체제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역사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다음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가 있다. 순환출자로 연결된 대표적인 그룹이 삼성과 현대차인데 이들 그룹이 결정하지 않는 한 (해소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이미 국회와 정부에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할 내용은 아니지만…. ● 경제 한류(韓流) ▦권 위원장=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실업이다. 이태백(20대 태반은 백수),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 등의 말까지 있다. 훈련된 많은 인력들이 놀고 있다. 역발상을 하면 이런 인적 자원들을 해외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은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데 한발 더 나아가 60년대 이후 산업화의 경험을 베트남ㆍ몽골 등 필요로 하는 나라에 전달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해당 국가에 엄청난 도움이 될 뿐더러 우리의 미래도 새로 열 수 있다. 만약 삼성 등 큰 그룹이 적극 나선다면 반기업정서 등이 없어지고 국민들로부터도 박수를 받지 않겠는가. 이는 그룹 시스템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룹 시스템의 장점을 아시아의 시장경제 시스템 정착과 경제개발에 활용하면 국내의 남은 인력을 가지고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 소장=좋은 말씀이다. 삼성 그룹은 15년째 지역전문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ㆍ자본ㆍ기술 등을 모두 갖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시켜 동남아ㆍ아프리카까지 젊은이들은 내보냈으면 좋겠다. 요즘 20대는 외국어 등 국제 역량이 뛰어나다. 기회만 주면 역군이 될 것이다. ▦권 위원장=ODA 자금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06%인데 이를 1%까지 늘려야 한다. 현재 공정위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아시아 각국의 경쟁 시스템, 경쟁법 집행 등에 대한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본다. ● 금산분리 ▦권 위원장=공정위가 금산분리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정 소장=올해 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가량 된다. 지금까지는 자동차ㆍ전자 등에 의지했지만 3만~4만달러로 가려면 금융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중요하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차세대 성장동력 차원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ㆍ증권회사들은 외국계 은행이나 투자은행(IB)과 경쟁력 측면에서 격차가 있다. '빅뱅'식으로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삼성에 '은행업에 진출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금산문제에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 투자 부진 ▦권 위원장=여러 이유가 있지만 규제, 특히 공정질서와 관련된 규제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공정위 소관 업무 중에서는 출총제가 투자를 제약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근거가 없다. 더구나 이번에 완화했으니 더 이상 투자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 소장=근본적인 이유는 예전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출총제가 투자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하는데 상징적인 의미다. 대기업 규제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없애줬으면 좋았다. 친기업정책의 시그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일인지, 정치인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기업적으로 보이는 게 겁이 나는 것 같다. 출총제를 없애면 '참여정부가 친기업으로 간다'고 인식돼 지지기반 훼손에 대한 우려감으로 과감하게 못 없앤 것으로 보인다. 사실 출총제는 별 게 아니다.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출총제 때문에 투자가 안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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