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여객선 침몰 대참사] 반쪽짜리 해상관제망 3대 난맥상

해수부·해경 센터 공조 붕괴

관제요원 절반이 비전문가

VTS 등 설비 도입 뇌물 비리


지난 16일 오전8시58분 목포 해양경찰청 상황실에는 해양수산부가 관할하는 제주도 해상교통관제(VTS)센터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역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8분이 지난 오전9시6분이 돼서야 해경 소속의 진도 VTS센터가 직접 세월호와 교신할 수 있었다. 이후 진도VTS센터는 세월호에 대해 승객 탈출을 시도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이미 제주VTS에 세월호가 첫 신고를 한 지 40여분이 경과한 뒤였다.

해수부와 해경의 VTS가 따로국밥처럼 제각각 운영되면서 귀중한 인명을 구조할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말았다. 해양 전문가들은 두 기관 간 VTS센터가 실시간으로 연동돼 한 몸처럼 움직였다면 수백 명의 생사를 가를 황금같은 시간 수십 분을 더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애초에 가까운 진도VTS센터가 아닌 제주VTS센터로 첫 교신을 시도한 세월호 승조원들의 과실이 더 크다. 다만 승조원의 과실 이후 관제당국이 좀 더 기동성 있게 대응하지 못한 점은 현행 관제 시스템의 빈틈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나마 센터 간 연계를 제대로 추진하더라도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수년 전 해상관제당국은 VTS장비와 관련해 일부 당국자들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관련기사



관제요원의 전문성과 인력부족도 첨단의 VTS를 반쪽짜리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해수부와 해경 산하 VTS센터 17곳에 근무하는 요원은 300명 수준. 이 중 거의 절반은 승선 경험이 없고 아예 항해 전공도 없는 무선·통신 전문가 등이다. 지난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VTS 관제사 중 약 41.3%는 항해사 면허를 소지하지 않았다. 특히 선임관제사급은 10명당 3명 정도가 항해사와 무관한 통신면허·기사자격증 소지자였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해 2007년부터는 항해사자격증 소지자만을 채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은 비항해사 출신이다. 그나마 이번에 세월호와 교신한 제주VTS 관제사는 항해사자격증 소지자이지만 센터 경력이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세월호가 관할 수역에 들어온 뒤 90도로 항로를 급선회하고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이상 징후를 보였음에도 진도VTS가 까막눈이 된 것도 비전문가로 구성된 인적자원의 한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관제망이 3대 난맥상(센터 간 불통, 높은 비전문가 비중, 비리 문제)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VTS센터 간 정보 연동을 통해 레이더 정보 등을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할 때 진도와 제주센터 간 물리적 거리가 워낙 멀어 레이더망 연동을 가로막고 있다. 관제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양측 기관 모두 관할구역 밖의 선박의 항적을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망의 업그레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VTS관제사를 보다 전문성 있고 경력이 많은 인재를 중심으로 충원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VTS설비와 관련한 비리의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사업 발주를 보다 투명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