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은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정보기술(IT)ㆍ생명기술(BT)ㆍ나노기술(NT)ㆍ환경기술(ET) 그리고 에너지기술(ET) 분야가 주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중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ITㆍBT, 그리고 반도체의 핵심기술인 NT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황우석ㆍ문신용 교수가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올해 초에는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팀과 함께 줄기세포 이식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 면역거부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더욱이 지난 12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IT 분야 위주로 평가한 기술 인프라 부문이 2003년 27위였던 것이 올해는 2위에 올라 IT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했다. 특히 인터넷보급률은 단연 1위이고 인터넷사용자 6위, 통신투자 부문은 8위였다.
또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가전전시회 ‘2005 CES’에 우리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102인치 PDP TV를 출품했고 삼성과 LG는 브랜드 인지도 순위에서 아시아ㆍ태평양 기업 중 각각 2ㆍ3위에 선정됐다.
지난해 과학논문인용색인(SCI) 등재 학술지에 우리 과학논문이 총 1만8,497편 발표돼 양적으로는 세계 13위를 차지했고 증가율(4%)만 봤을 때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연세대 서활ㆍ박시내 교수팀은 2002년 발표한 생체재료 분야 논문들 중에서 최다 인용 상위 1%에 들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들은 정밀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한국인들의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ITㆍBT 분야, 그리고 NT 분야에 탁월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주역의 팔괘(八卦)에서 우리는 디지털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음양오행에서 태양은 양, 달은 음으로 나타내고 이것은 효(爻)의 긴 막대(양효ㆍㅡ)와 끊어진 막대(음효ㆍ)로 표시한다. 팔괘는 음효(陰爻)와 양효(陽爻)의 기호를 3효씩 조합해 건(乾)ㆍ태(兌)ㆍ이(離)ㆍ진(震)ㆍ손(巽)ㆍ감(坎)ㆍ간(艮)ㆍ곤(坤)으로 나뉘는데 건(乾)은 3개의 양효로 구성돼 있어 (1, 1, 1)로 표시될 수 있고 곤(坤)은 3개의 음효로, (0, 0, 0)으로 될 수 있다. 각 자리 숫자에 기록의 의미를 부여하면 팔괘의 표시는 훌륭한 기록방법이다. 특히 우리 태극기는 중앙 태극은 1과 0으로, 건은 (1, 1, 1), 이는 (1, 0, 1), 감은 (0, 1, 0), 곤은 (0, 0, 0)으로 표시돼 디지털의 상징이 된다.
봉수대의 통신수단과 제주도의 정랑에도 3개의 막대를 사용해 대문에 걸거나 세워두어 외부인과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던 디지털의 현명함이 있었다.
NT의 기원은 국보 141호인 두꼭지 청동잔무늬거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거울은 지름 21.2㎝이며 뒷면의 볼록한 둥근 테두리원 안평면에 약 1만3,000개가 넘는 가는 새김줄이 0.3㎜ 간격으로 그어져 있고 선과 골의 굵기는 약 0.22㎜, 골의 깊이는 0.07㎜ 정도이며 한 곳도 빈틈 없이 절묘하게 새겨져 있다. 당시 실납법(失蠟法)을 사용해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나 현재 수준으로도 이러한 정교한 무늬를 주물로 부어낸다는 것은 어렵다 한다. 85년에는 김대환씨가 쌀 한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텅스텐핀으로 새겨 넣는 미세서각(微細書刻)에 성공, 90년 세각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섬세한 손놀림과 장인정신이 우리 유전자에 이어져서 줄기세포연구의 성공과 반도체ㆍ소프트웨어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유전자를 지닌 우리 한민족은 21세기 ITㆍBTㆍNT의 첨단기술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 고유한 장점을 지닌 우수 인재들이 과학계를 이끌어가고 국민들이 성원한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