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산자부 템플릿개발 추진

'업종별 템플릿' 능사 아니다산자부는 최근 중소기업 IT화 사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산업별 기업자원관리(ERP) 템플릿 개발방안'을 내놓았다. 'ERP 템플릿'이란 철강이나 자동차 등 각 업종의 업무 관행에 맞추어 놓은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말한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이나 변환(커스터마이징) 과정이 필요 없어 이른바 '맞춤복'에 비유할 수 있다. 산자부는 템플릿 개발로 ERP 도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내부적으로 배정하고 업체 담당자들을 소집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템플릿 개발에 특정 제품만을 적용할 경우 정부가 나서 시장 독식을 조장하게 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또 충분한 수요처 발굴과 개발 참여 업체간 의견 조율에 실패할 경우 타이컴 등 앞선 국책 과제처럼 이번 사업 역시 용두사미격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타이컴 개발은 주전산기의 국산화를 부르짖으며 지난 88년 시작돼 1,200억원의 연구비와 2,2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된 사업. 5대 국가기간 전산망 장비를 국산화한다는 계획 아래 LGㆍ현대ㆍ삼성ㆍ대우 등 국내 모든 대형사들이 참가해 13년 동안 3백대의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타이컴은 제대로 쓰여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운명에 처했다. 지난해 3월 조달청이 실시한 '시ㆍ군ㆍ구 행정종합 정보시스템' 입찰에서 외산 제품이 선택되면서 국산 주전산기 시대가 막을 내린 것. 비슷한 경우로 '한국형 ERP' 사례를 들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도로 지난 97년부터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수요처 발굴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산업별 템플릿 개발 사업이 타이컴과 한국형 ERP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조사와 전문 개발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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