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숙연해진 국회 웃음·박수·화환 사라져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여의도 정치권의 풍경이 달라졌다. 4월 임시국회가 가동되고 있지만 회의 및 행사에서 '기쁨'을 상징하는 웃음·박수·꽃 등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대신 희생자에 대한 묵념, 생존자 소식을 기대하는 내용의 인사말 등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여드레째인 23일 국회는 총 5개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의원들은 회의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지나치게 딱딱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등장했던 덕담이나 가벼운 농담도 일체 나오지 않았다. 일부 정치인 및 고위관료들이 공식 행사에서 웃음을 짓다가 여론으로부터 '지금이 웃을 때냐'는 뭇매를 맞은 탓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재선 의원은 "상임위 회의에서 만난 의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여기서 웃으면 곤란해진다'고 말해 서로 가볍게 목례만 했다"고 말했다. 특히 상임위 전체회의의 경우 일정 전체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기 때문에 표정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의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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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및 입법 관련 행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정책토론회에서는 박수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보통 행사에 참석한 현역 의원 및 정부 고위관료가 한명씩 소개되면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면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날 사회를 맡은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만큼 박수를 치지 않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겠다"며 이러한 절차를 생략했다.

국회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화환'도 종적을 감췄다. 평소 국회에서 행사가 열리면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기업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 행사장 입구를 가득 채웠지만 주최 측의 화환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다소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토론회가 진행됐다. 실제 지난 18일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국회의원 주최 세미나에 축하 화환을 보낸 것을 두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실종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정치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게 가장 최선"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여의도 정치권의 신중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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