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1만여명의 파독 광부와 8,000여명의 파독 간호사 임금을 담보로 독일 정부로부터 1억5,900만마르크(약 3,500만달러)의 차관을 얻었다. 이들이 국내로 송금한 외화는 경부고속도로를 깔고 포항제철을 세우는 '종잣돈'이 됐고 그렇게 한국 경제는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반세기가 흐른 2014년 3월28일(현지시간).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을 보는 순간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당시 건장했던 광부들과 아리따웠던 간호사들은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그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의 피가 흐르고 그들의 슬픈 눈물과 땀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이 있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1인당 국민총생산(GDP) 80달러의 빈국이던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을 호령하는 부국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땀방울과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감정에 북받쳐 어금니를 깨물며 박수를 치는 그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50년 전의 눈물이 '고통과 슬픔'의 눈물이었다면 이날의 눈물은 '환희와 기쁨의 눈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독일 순방의 성과를 설명하고 반드시 여러분들이 기대하고 열망하는 대로 남북통일의 문(門)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늘날의 독일 경제를 키운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산학협력 경험과 노하우를 배워 한국 경제를 다시 한번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광부와 간호사들의 손을 잡으며 "이국땅에서 건강하시라"며 작별의 말을 건넸다. 박 대통령이 행사장을 떠난 뒤에도 여기저기서 눈물을 흐느끼며 광부와 간호사들은 아쉬움을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