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50년 기다렸는데 5시간 못기다릴까

50년 기다렸는데 5시간 못기다릴까 방북단 순안공항 안개로 출발지연 북에 있는 혈육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속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방북단은 30일 새벽부터 방을 나와 서성거렸다. 이들은 아침 6시께 롯데월드 호텔 32층 '라세느'에서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간밤의 꿈 이야기와 고향에 대한 추억을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방북단은 당초 오전 7시 출발하려 했으나 호텔을 서둘러 나오던 채훈묵(81ㆍ서울 노원구) 할아버지가 넘어져 다쳐,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20분정도 늦게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채씨는 호텔 출발 예정시각을 넘긴 오전 7시10분께 버스를 타려고 서두르다 호텔 현관에서 발을 헛디뎌 오른쪽 이마를 바닥에 찧는 바람에 눈썹부위가 2∼3㎝가량 찢어져 앰뷸런스로 인근 중앙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봉합수술을 받았다. (.반면 전날 휠체어를 타고 호텔에 나타났던 8명은 모두 정상적으로 출발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동생과 누님을 만날 예정인 신형순(71ㆍ서울 노원구) 할아버지도 "척추를 다쳐 수술을 두차례 받았고 한번 더 받아야 하지만 연기했다"며 "밤새 3시간 밖에 못잤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고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였다. (.방북단은 이날 쌀쌀한 날씨 탓인지 중절모와 목도리, 두툼한 외투를 차려 입고 오전 7시20분께 '환영 남북이산가족'이라고 적힌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환송 나온 가족 30여명은 버스 주변에서 손을 흔들며 환송했고 일부 가족들은 "몸이 불편하신데 공항까지 같이 모시면 안되겠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새벽 1시께부터 세수를 하고 옷가지를 챙겼다는 최고령 유두희(100) 할머니는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새가 됐으면 진작 고향으로 날아가 봤을 것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양 철도관리국 축구선수 출신으로 아내와 자녀를 만날 석만길(84ㆍ충남 천안시) 할아버지는 "북에 있는 아내와 아들 2명, 딸 3명을 만나기 위해 지난 50년간 새벽기도를 해왔다"며 "남쪽에서 재혼한 아내가 선물을 꾸려줬다"고 자랑했다. 서양화가 김한(72ㆍ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북한 공훈시인인 동생 김철(67)씨에게 줄 '어린애를 업고 있는 어머니' '향가(鄕歌)' 그림을 비롯해 자신이 그린 작품 몇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호텔 출발에 앞서 방북단 단장인 봉두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그리운 평양'이라는 자작시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황해도 수안이 고향인 봉 부총재는 "평양,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마음. 살아생전에 갈 수 있을까. 조바심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로 시작하는 시를 읽은 뒤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방북단은 30일 오전 8시 10분께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에 도착, 간단한 출국수속을 마치고 항공기 탑승구 앞에 모였다. 이들은 50여년만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결같이 상기된 표정으로 항공기 출발을 기다렸다. 남측 단장을 맡고 있는 봉두완(奉斗玩)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공항 귀빈실에서 제2차 이산가족 방문의 의의를 담은 출발 성명을 발표했다. 봉 부총재는 "오늘의 방문이 남북 이산가족들의 자유로운 서신교환과 생사확인.상봉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민족을 하나로 되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당초 오전 9시에 김포공항을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KE815편은 평양 순안공항의 기상 악화로 3시간47분이나 출발이 지연되자 대한항공측은 상봉단을 출국장내 통과여객 라운지로 이동시킨 뒤 간단한 다과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단체상봉과 만찬 등 첫날 일정이 전반적으로 순연됐다. 입력시간 2000/11/30 18:1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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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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