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자." 지난 2005년 8월19일 민영2기 KT호를 이끌어갈 선장으로 취임할 당시 남중수(53ㆍ사진) 사장이 내건 약속이다. 이는 곧 '지향점은 고객으로 놓고 핵심가치는 고객관점과 열린문화, 주인의식'으로 정리돼 '원더(Wonder)경영'이라는 용어로 정착됐다. 원더경영의 경영철학은 남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도덕경'을 통해 알기 쉽게 재해석 된다. 남 사장의 홈페이지(http://www.jsnam.pe.kr)에 가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隨流得妙) ▦현장경영을 알게 하며(居善地) ▦나와 부하, KT와 고객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易地思之) ▦조건 없이 베풀라(與善人) 등 4가지로 정리해 놓았다. 다시 말해 경영의 모든 것은 고객과 현장에 맞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남 사장은 이러한 경영철학을 KT에 그대로 심어놓았다. ▦고객의 소리(VOC)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프로그램(CCMS) 도입 ▦고객만족도를 측정하는 고객부가가치(CVA) 조사 실시 ▦고객을 찾아가는 IT서포터즈활동 등 그의 경영이념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종 목표가 고객이라면 그곳까지 가기 위한 길을 무엇일까. 남 사장은 그 해답을 '발로 뛰는 현장경영'에서 찾고 있다. 고객과의 최접점인 실무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고객 지향'이라는 목표는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90곳이 넘는 현장을 방문하고 21,000명이상의 고객과 직원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은 바로 이것이 '원더경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서다. 요즘 남 사장은 '창의성'과 '적극성'을 부쩍 강조한다. 이는 최근 그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인 '원더메모'의 내용을 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24번째 편지 '마법의 주문?'에서 그는 영국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서터의 예를 들면서 "스스로가 정해 놓은 가능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또 다른 수많은 성공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남 사장이 창의성과 적극성을 강조하는 데는 KT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KT는 올해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통신사업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복합ㆍ융합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미디어는 KT가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창의성과 적극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남 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망사업자로 머문다면 위기를 맞겠지만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면 영역붕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이런 남 사장을 두고 '승부사', '통신업계 최고의 전략가'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그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절대 피해가지 않는다. 남들이 '포기'할 때 그는 '돌파'를 택한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지난해 남들은 모두 인터넷(IP)TV 법제화가 물건너 갔다고 말했을 때 그는 "국내에서 안되면 해외에서라도 먼저 하겠다"며 압박전술을 구사했고 결국 연내 IPTV 법제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배짱은 그의 경영전략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지난 2004~2006년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할 때도 투자비율은 매출대비 연평균 16.9%를 유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AT&T, BT, 프랑스텔레콤에 비해 최고 4%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또 올해부터 2008년까지 총 18조7,000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 가운데 차세대 인프라에 5조7,000억원, 신사업 분야에 4조7,000억원을 쏟아 부을 방침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차세대 IT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투자는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5년간 기반 조성에 주력했던 남 사장은 올해 드디어 그 결실을 준비하고 있다. 7년간 11조원대에 묶어있었던 매출을 올해 12조원으로 높이고 영업이익도 1조5,000억원대로 높이겠다는 목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남 사장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고객과 현장 곁으로 달려가고 있다. ■ 오전 5시부터 이메일·주요기사 체크
새벽출근 '아침형 CEO'
남중수 사장은 '얼리 버드(early bird)'로 유명하다. 분당 KT본사에 위치한 남 사장의 사무실에는 매일 오전 5시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그는 출근과 동시에 임직원과 주주, 고객들로부터 온 이메일을 읽고 필요하면 답장을 한다. 그 다음 주요기사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준비한다. KTF 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고 하니 적어도 6년 이상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온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한다고 직원들도 같이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오전 8시 이전에는 직원들을 찾지 않는다. 자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찍 출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KT 직원들이 한 때 "최고경영자(CEO)가 일찍 출근하니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찍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이가 거의 없다는 게 KT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처리도 출근 시간 만큼 빠른 것을 좋아한다. 보고도 형식을 갖추는 것보다 얼마나 빠르게 요점을 전달할 수 있는가를 중시한다. 남사장이 최근 '원더메모'를 통해 "××사업을 ××하게 개선하겠음. 21일부터 실행 예정. 이상임"과 같이 '반말 보고'를 하라고 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형식에 얽매이다 보면 내용이 부실해지고 이메일 보고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KT에서 임직원들의 메시지함이 항상 꽉 차있는 것도 남 사장의 영향 때문이라는 게 사내의 평가다. ■ 남중수 사장은
어릴 적 호떡을 먹고 싶어 호떡 장수가 되고 싶어했고, 학창시절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 고물상을 원했던 남중수 사장은 KT 입사이후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그의 꿈은 이루어 졌다. 그것도 지난 2월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CEO라는 족적을 남기며 KT역사에 길이 남는 경영자로 우뚝 선 것이다. 그는 5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82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계획과장, 워싱턴 사무소장, IMT 사업추진본부장, 재무실장(전무) 등을 거쳐 지난 2003년 KTF 사장으로 잠시 KT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2005년 KT 사장으로 금의환양했다. 그가 꿈을 이룬 것은 성실함과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에서 비롯됐다. 바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듀크대 경영학 석사ㆍ매사추세츠대 경영학 박사를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빠른 일처리와 과감한 돌파력도 오늘의 남 사장을 만든 원동력이다. ‘최고의 승부사’ ‘통신업계 제갈공명’이라고 불리는 남 사장은 지금도 특유의 성실함과 배짱으로 KT의 새로운 역사를 진행형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 경영원칙
▦지향점: 고객 -고객과 한번 맺은 관계를 아끼고, 고객을 사랑하는 평생 파트너 -고객은 절대 변하지 않는 나침반의 진북(眞北)과 같은 존재 ▦핵심가치: 고객관점, 열린 문화, 주인의식 -임직원은 고객관점 유지하고 창의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중심의 혁신적인 기업 추구 -부서간 서로 존중, 남을 배려하는 열린 문화 조성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실행하는 주인의식 필요 ▦좌우명 -거선지(居善地):땅을 현장, 고객으로 해석, 고객중심 현장중심 경영 추진 -동선시(動善時):타이밍을 맞춰 행동하라는 의미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 -여선인(與善人):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라는 의미로 남에 대한 배려 중시 ◇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6~90년 듀크대 경영학 석사ㆍ매사추세츠대 경영학 박사 ▦2001년 KT 재무실장(전무) ▦2003년 KTF 대표이사 ▦2005년 KT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