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일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서는 안된다

한일 양국이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통화스와프 확대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양국 통화스와프 규모는 700억달러에서 확대 이전인 130억달러 규모로 줄어든다. 우리 정부는 순수한 경제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판단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당초 양국 통화스와프 확대는 우리나라의 요청으로 이뤄졌지만 이제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발언 요구 이후 양국 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이번 결정에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통화스와프 확대 중단은 일본이 먼저 들고 나온 치졸한 카드다. 한국이 무릎을 꿇고 조르지 않으면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자국 언론에 흘려대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우리 외환시장에 큰 영향이 갈 것은 없다. 지금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달러가 부족해 절절 맬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 외환 방벽을 높여왔다. 현재 동원 가능한 외화는 외환보유액 3,220억달러(9월 말 현재)를 비롯해 한중 통화스와프 560억달러, 치앙마이 다자화기금(CMIM) 인출 가능액 384억달러, 기존 한일 통화스와프 130억달러 등 총 4,294억달러에 이른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 1,413억달러(6월 말 기준)의 3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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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일 통화스와프는 양국 유대강화의 대표적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양국관계에 분명한 적신호다. 독도사태를 둘러싸고 깊어진 감정의 골이 실질적 조치로 이어진 첫 사례다. 양국 경협의 균열을 일으키는 쐐기가 될 것이 걱정이다. 추가적인 경협중단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양국의 정경분리 대응기조가 더 이상 깨져서는 안 된다. 민족 자존심 대결양상으로 확대되면 양국 정부 모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정치권이 제 정신을 차려 정도로 가야 한다. 남의 영토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해 이웃국가와 불화를 조성하는 것은 선진 경제대국의 면모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동북아 3국에 요구되는 높은 기대나 중국이 급부상하는 군사전략적 역학구도 측면에서 봐도 한일 협력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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