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임에도 마을에는 행인도 없이 조용했다. 점심시간이였지만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에는 손님 없는 빈 식탁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주민 몇몇이 할 일이 없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건설로 마을이 두 동강 날 뻔 했던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의 풍경이다. 이 마을에는 오는 2018~2019년에 각각 완공될 예정인 신고리 원전 5ㆍ6호기가 들어선다. 마을 바로 인근에는 2013~2014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원전 3ㆍ4호기 공사가 한창이다. 신리마을은 작은 포구를 갖고 어업과 배 농사를 주업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원전이 들어섬에 따라 과수원에서 농사도 짓지 못하게 됐고 포구에서도 현재 핵폐기물 수송선 물양장 공사가 진행돼 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180여 세대의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마을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식당을 열었다. 신고리 원전 3ㆍ4호기 공사 인부들만 3,00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식당 운영으로 충분히 마을 생계가 유지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마을 식당을 찾는 인부들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월 평균 매출은 2,000~3,000만원. 500여명에 달하는 마을 주민 한 명이 한 달에 식당 공동 운영 수익으로 받아가는 돈은 4만~6만원이 고작이다. 주민들은 한수원에 마을의 생계를 위해 공사 현장 인부들을 마을 식당으로 유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수원 측에서는 “인근에 있는 다른 식당에서 민원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마을주민들의 요청은 들어주기 곤란하다”며 “마을 주민 스스로 홍보 활동 등을 통해 인부들을 유치해라”고 답했다. 주민들은 전단지를 나눠주고 공사 현장을 찾아가서 협조를 구하는 등 마을 식당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일부 마을 주민들은 일용직 근로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감이 없어 어려운 형편이다. 마을주민 A씨는 “지원금은 사회간접시설, 복지시설 등에 쓰이기 때문에 주민에게 직접 돌아오지 않는다”며 “현재 주민들은 한 달을 40만~50만원 가량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에서는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게 최소한 마을 식당 운영이라도 잘 돌아가게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신리마을 주민들은 최근 식당 운영이 힘들어지자 건축, 고철, 청소용역 등 주민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으니 한수원에서 일감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미 다른 업체에서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협조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주민들도 한수원측에 대해 등을 돌린 상황이다. 올 연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관련 공청회를 열지만 주민들은 공청회 불참을 통보했다. 마을주민 B씨는 “400년 이상 선조 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양보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시와 소음피해, 비산먼지 뿐”이라며 “먹고 살기 위해 앞으로 공사 현장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