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선수가 있다. 지난 1910년을 전후해 10여년간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한 모데카이 브라운이다. 그는 어렸을 때 당한 사고로 오른손 손가락이 셋뿐이어서 '세 손가락의 브라운(Three Finger Brown)'이란 애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더욱 유명하게 된 이유는 장애를 극복하고 이뤄낸 뛰어난 성적 때문이다.
브라운은 세 손가락, 그마저도 심하게 뒤틀리거나 반쯤 마비인 상태로 공을 던지며 통산 239승, 방어율 2.06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또 1907년~1908년 연속으로 소속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은퇴 후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가 이룬 성과도 브라운의 성공신화에 못지않다. 196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은 외국 어느 석학의 표현처럼 '저주받은 나라'였다. 식민 착취와 분단ㆍ내전으로 얼룩지고 자원도 빈약한 한국은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나라로 비쳤다.
그 나라가 불과 50년 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고 올림픽ㆍ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곳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오는 11월에는 세계 경제질서를 이끌고 있는 국가들의 모임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주최하는 나라가 됐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는 무엇보다 활발한 기업가정신이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피터 드러커가 '넥스트 소사이어티(2002)'에서 "기업가정신이 1등인 나라는 한국"이라고 극찬한 바로 그 정신, "해봤어?"로 대변되는 불굴의 도전정신 말이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 경제는 몸집은 커졌지만 정신이 나약해지기 시작했다. 기업가정신은 사업체 수, 설비투자 및 민간연구개발비가 얼마나 늘었는지 여부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이들 세가지 요소 증가율의 평균인 기업가정신 지표가 70%를 넘기도 했는데 1980~1990년대를 지나며 점차 위축되더니 2000년대 이후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지난 1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도 바로 기업가정신의 쇠퇴에서 찾을 수 있다.
브라운은 비단 육체적 장애만을 극복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육체적 장애에 굴복하는 정신의 장애를 이겨냈기 때문에 '세 손가락의 브라운'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그의 도전정신과 같은 뜨거운 기업가정신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