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증권사 지급결제 "반대"

"결제 시스템 안정성 훼손 우려" 허용 정부案 공개 반박

한국은행이 정부에서 마련한 ‘자본시장통합법’상 증권회사의 지급결제 허용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재정경제부가 자통법에 대해 의견을 요청해왔을 때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의로 반대 입장을 전달한 적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정부안을 반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은은 10일 ‘비예금수취기관의 지급결제 업무 취급 논의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은행의 고유 업무인 결제 업무를 증권사에 허용할 경우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지급결제 업무를 둘러싼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싸움이 중앙은행과 재경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97년 한국은행법 개정을 놓고 벌어졌던 정부와 한은간 싸움이 10년 만에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증권사는 고객예탁금을 바로 증권금융에 이체하지만 실제로 돈이 전달되는 데는 하루의 시차가 있다”면서 “고객예탁금을 예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또 “증권계좌의 고객예탁금에서 지급결제 업무를 처리하면 실질적으로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차이가 없어진다”며 “은행예금은 지급준비금 부과 대상이 되는 반면 증권계좌는 면제돼 규제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금리경쟁에서 유리한 증권사가 지급결제 서비스까지 갖추게 되면 경쟁력이 한층 높아져 은행에서의 자금이탈이 우려되며 이렇게 될 경우 은행들이 지준제도 폐지나 지준율 대폭 인하 요구가 거세져 현행 지준제도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현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미국의 경우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한 나라들도 5~10년간의 논의를 거쳐 도입했다”면서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인 만큼 법 제정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12일 국회 재경위에서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정부안과 이종구 의원 외 12인이 공동 발의한 소액결제 업무를 제외한 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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