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7일] 한심스러운 北 외교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보좌관만 대동한 채 혼자 식사를 하더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고립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아니겠나. 외교무대에서 북한의 모습을 보면 참 한심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대다수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의 외교는 소극적인데다 기계적이기까지 하다는 평가까지 이 당국자는 내렸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ARF 성명에는 안보리 의장성명의 핵심 조항이자 ARF 개막 전날(22일)에 채택된 '아세안+3(한ㆍ중ㆍ일)' 의장성명에 포함됐던 공격에 대한 '규탄(condemnation)'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또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개탄(deplore)'도 '깊은 우려(deep concern)'라는 표현으로 대체돼 안보리 성명 기조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중국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스스로 추구하기보다 중국의 뒤에 숨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현실을 한심스럽게만 쳐다볼 일인가 싶다. 국가가 갖고 있는 가장 핵심적 주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외교권이다. ARF에서의 북한 모습대로라면 북한은 주권국가로서의 외교권을 거의 포기한 듯한 인상이다. 이는 북한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더해 외교권마저 중국에 복속되고 있다는 뜻의 해석까지 가능하다. 통일한국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우리가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정부의 천안함 외교를 두고 성과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하며 많은 평가가 있다. 특히 중국ㆍ러시아와 같이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강대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외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북한의 외교력 부재가 우리에게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외교를 보며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것은 왜 일까. 편하게 남북의 당국자들이 함께 격의 없이 국제외교 무대에서 식사를 하는 날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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