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등 금융 공기업들이 직원들의 고임금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노조 측은 소송 불사 등을 외치며 임금삭감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삭감 등을 동원해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기존직원의 급여 5% 삭감과 금년분 연차휴가 25% 의무사용을 담은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하고 노사협상에 들어갔다.
한은은 이미 올해 임원연봉의 10%, 대졸초임 연봉의 20%를 삭감했다. 1급 및 2급 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연말까지 일정으로 매월 급여의 3∼5%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번에 노사협의가 마무리되면 기존직원의 임금을 다음달부터 삭감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성과급 체계 등 보수체계의 개편을 통해 임금을 5% 정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노조 신임 집행부가 구성되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은 임금 5% 삭감안을 놓고 노조 측과 비공식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 금융공기업의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금융공기업들에 대해 5% 삭감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임금협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들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삭감을 추진할 경우 임금 체불 등으로 법위반에 해당하므로 바로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공기업의 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임금 삭감을 통해 신입직원 채용을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정책수단이 정책목표가 됐다"면서 "경제도 나아지는 현 상황에서 임금 삭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금융공기업의 기존직원 임금삭감이 제대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예산삭감, 경영평가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