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에는 침체에 빠진 국가경제 극복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세계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향후 회복기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이 같은 도전적인 투자전략이 아직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다른 대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ㆍ기아차 "투자로 경제위기 극복"=현대ㆍ기아차는 투자액 9조원 중 3조원을 친환경 차량 개발 등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자동차 정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쏘나타급의 하이브리드차량을 개발, 내년 하반기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또 앞으로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해 총 2조4,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R&D 전문인력도 1,000명까지 확충해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 일관제철 사업에는 올해 2조원을 포함, 오는 2011년까지 총 5조8,4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일관제철 사업이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일자리 창출에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관리직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임원임금도 10% 삭감해 고용유지에 힘쓸 계획이다. 1,000명의 대졸 인턴사원을 추가 채용하는 한편 글로벌 청년봉사단 1,000명을 상ㆍ하반기로 나눠 해외에 파견하는 등 총 2,300명의 청년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다. 글로벌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 대학 졸업예정자를 2개월간 현지 법인에 파견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도 이달부터 시행한다. 이밖에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검토 중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년 수준의 투자와 고용창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적으로 동참,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4대그룹 투자계획은 안개 속=포스코도 지난해 12월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는 2008년 계획(3조4,000억원)에 비해 76%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포항 신제강 공장 건설에 1조8,000억원, 광양 후판공장 등에 1조9,000억원, 광양 소결공장 확충 등에 1조7,000억원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하지만 삼성ㆍSKㆍLG 등 현대차를 제외한 4대 그룹의 투자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27조8,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에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력인 삼성전자가 반도체ㆍLCD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한 반면 올해에는 설비 업그레이드 쪽으로 선회하면서 최소한의 비용인 3조~4조원 외에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총 11조원을 투자한 LG그룹도 굵직한 계열사들의 투자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LG전자는 R&D 투자 중심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계획을 수립 중이며 LG디스플레이는 투자를 절반가량으로 줄이겠다고 밝혀 전체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SK그룹 또한 지난해 8조원가량의 투자를 감행했지만 올해에는 상황에 따른 투자계획인 '시나리오 경영'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