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스 포커스] 말 다른 노사정… '진실게임' 양상

'타임오프' 관보게재 불구 '상급단체 전임 임금'조항은 빠져<br>시행까진 갈등 심화 예상


장석춘(가운데)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상급노조 지원 문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박서강기자


상급단체 파견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엇갈린 입장을 보여 이 문제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14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관보에 게재하기는 했으나 오는 7월 타임오프제 시행까지 노사정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정은 지난 11일 오후 타임오프 한도 시행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노사정은 상급단체에서 활동 중인 노조간부의 역할 인정 등 한국노총이 요구해온 제도 연착륙 문제는 노사상생 협력 차원에서 풀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동부로부터 사측이 2년간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한노총이 운용해 파견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안을 제안 받았고 이 같은 내용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급단체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과 관련해 노사정 간에 합의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에 대해 노사정 간 주장이 엇갈려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한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문에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지급 내용을) 넣으려 했으나 노동부와 경영계가 반대해 구두로 합의하는 선에서 끝낸 것"이라면서 "앞으로 노사정위에 협의체가 구성되면 구두 합의안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 나와 있지 않을 뿐 상급단체에 파견된 전임자에 대한 임금은 한시적이지만 사실상 보장됐다는 이야기다. 勞 "구두합의 했다" 使 "합의한 적 없어" 政 "제안조차 안했다" '상급단체 전임 임금' 진실게임 "한노총 지도부 내부반발 의식 합의로 거짓말 했을수도" 에
"정부·경영계 공식화 부담에 밝히기 꺼렸을 가능성" 분석도
노사정 합의문 '모호함' 자체 당분간 힘겨루기 지속 불가피
이날 중집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도 "당시 중집에 올라온 안건은 사측이 2년간 노사발전재단에 돈을 내놓으면 이를 한노총이 받아 파견 전임자들에게 지급하는 내용이었다"면서 "중집위원들이 이 안에 찬성했기 때문에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장석춘 위원장이 구체적인 사항은 노사정위에서 정해지겠지만 큰 틀에서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한노총이 돈을 받은 후 이를 파견 전임자들에게 쓰는 것을 정부 측과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부의 설명은 다르다. 노동부는 구두합의를 한 적도 없고 먼저 그렇게 제안한 적도 없다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한노총이 주장하는 구두 합의안은 편법으로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자는 것인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노조법을 위반하는 내용이며 기금 관련 법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즉 한노총이 사업장별 특성에 따른 가중치 부여와 상급단체 노조 간부에 대한 타임오프 적용 유예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전자는 근면위의 의결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후자는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한노총 지도부가 희망사항을 마치 합의한 내용처럼 이야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영계 입장은 노동계는 물론 노동부와도 다르다. 경영계는 한노총이 주장하는 내용은 구속력 있는 합의안이 아니고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 재계가 합의한 내용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노사정 내 협의체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정 부분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지원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 역시 "11일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은 상급단체에서 활동 중인 노조간부 문제에 대해 노사 상생의 협력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기로 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의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기로 해 구체적인 내용도 추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정 간 주장이 다른 데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상급단체 파견자의 급여 지급과 관련해 노사정 간 명확한 구두합의가 없었음에도 한노총 지도부가 내부 반발을 의식해 마치 합의한 것처럼 속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곧 드러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한노총의 주장대로 노사정 간 구두합의가 있었지만 정부와 경영계가 공식적으로 밝히기 부담스러워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노사발전재단'을 통한 급여지급은 편법이라는 노동부 입장과 관련해 노조 활동이 아닌 노사관계 선진화 등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수당 등의 명목으로 지급될 경우 편법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앞으로 별도의 협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해석은 노동부가 경영계와 합의되지도 않은 내용을 노동계에 합의된 것처럼 제시했을 가능성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안은 한노총에서 상급단체 해결을 요구하니까 노동부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서로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각도에 따라 구두합의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급단체 노조 간부에 대해 타임오프 적용을 유예하는 문제는 법 개정 없이는 힘들기 때문에 노사정위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합의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두합의에 대한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로 판가름 나든 타임오프제 시행과 관련해 상급단체 노조 간부들의 급여지급 문제를 놓고 향후 노사정 간 힘겨루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급단체 노조 간부에 대한 급여 지급의 근거가 되고 있는 11일의 노사정 합의문은 '모호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합의문에는 '상생협력'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노사정위에서 협력체를 구성, 운영해나가기로 돼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마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문서화하지 않고 에둘러 합의문 형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순간의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면서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충실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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