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ulture & Life] 조성준 그린웍스 대표

"잔여 타임 부킹 서비스로 골프장·골퍼 모두 만족시켰죠"

골프장이 甲이었던 시절 잡상인 취급 문전박대 일쑤

이젠 골퍼가 甲인 시대 명문 클럽들과 손잡고 라운드 문턱 낮추기 앞장

위탁경영으로 영역 확장 스키전시회도 개최할 것

㈜그린웍스 직원들이 지난 7일 회사 휴게실에 모여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
고 있다. /사진제공=그린웍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그린웍스. 70여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지난 7일 조성준(44) 대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사무실은 넓고 쾌적했지만 대표를 위한 별도 공간은 없었다. 조 대표는 직원들 사이 한구석에서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린웍스는 골프장 예약 서비스 '엑스골프'로 '뜬' 회사. 기업들의 고객 대상 골프대회 대행, 골프박람회 개최, 골프용품 유통 등도 겸하고 있지만 엑스골프를 통한 골프장 예약이 대표 사업이다. 대표를 위한 공간에 문을 두지 않은 것처럼 엑스골프는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는 데 선구적인 구실을 해왔다. 전국의 골프장들과 제휴, 잔여 타임을 받아 실시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내놓는 것이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풀 부킹 때나 한 팀만 들어올 때나 똑같은 돈이 들어가게 마련. 남는 시간대의 예약을 채우면 골프장도 이득이고 10만원 미만의 그린피로도 골프를 칠 수 있으니 고객도 만족이다. 골프장들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마니아들이 급증해 엑스골프는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하루 평균 6,000명이 엑스골프를 통해 라운드를 예약하고 홈페이지 회원 수만 50만명에 이른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단연 1위. 최근에는 콧대 높던 명문 골프장들도 제휴 대열에 합류했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골프장에 돈을 내고 예약을 받아왔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역전됐다. 4년 전부터는 골프장 측에서 수수료를 주겠다며 제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린피를 낮추지 않는 것이 골프장 회장님들의 자존심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이 '갑'이고 골프장이 '을'인 시대입니다."


◇자이르에서 원숭이와 배운 골프=조 대표는 1992년 중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골프를 배웠다. 당시 나라 이름은 콩고가 아닌 자이르였다. 당연히 골프를 배우러 아프리카까지 간 것은 아니었다. 병역 의무를 육군 21사단(강원도 양구) 수색대에서 마치고 체력 관리를 위해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던 조 대표는 그곳 트레이너의 소개로 벨기에·한국 합작법인에 지원, 얼마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근무지는 자이르, 소속은 다이아몬드 관련 회사, 임무는 각 매장의 수입 일부를 징수하는 일이었다. 2년을 계약했는데 현지 폭동으로 1년만 일하고 쫓겨왔다. '어떻게 뽑힌 거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면접 때 정장을 입고 온 사람이 나밖에 없더라"며 웃었다. 다부진 몸으로 AK-47 소총을 들고 아프리카땅을 휘젓는 조 대표를 현지인들은 '재키 찬'이라고 불렀다. 수영과 피트니스를 꾸준히 해온 그는 40대 중반인 요즘의 몸도 성룡 같다.

자이르에서는 주말에 할 일이 없었다. 교민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곳에 나갔더니 골프를 가르쳐줬다. 스물두 살 때 잔디보다 모래가 더 많은 낯선 곳에서 머리를 올린 것이다.

"드라이버 샷을 날리면 원숭이가 골프공을 훔쳐가는 그런 곳이었어요. 연습장 타석에는 티(tee)가 없는 대신 직원이 손으로 모래를 모아 그 위에 공을 올려줍니다." 골프 구력은 20년이 넘은 셈이지만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7년 전 기록한 83타. 하지만 요즘은 100타를 넘길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치는 것에는 재미를 못 느끼나 봅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재밌어요."

그렇게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골프지만 당시 골프를 대하는 외국인들의 자세를 보면서 배운 것이 많다고 한다.

"뒤 조에서 치던 벨기에 할아버지의 드라이버가 잘 맞는 바람에 앞 조인 제 근처에 공이 떨어졌어요. 사실 그렇게 근처도 아니었는데 다음 홀에서 깍듯이 사과하더라고요." 당시 조 대표의 나이 스물두 살이었다.

"유럽인들은 라운드가 끝나면 클럽하우스에 가족을 모아 저녁을 먹더라고요. 그들에게 클럽하우스는 동네 놀이터나 마찬가지였어요." 조 대표는 자이르에서 느꼈던 '모두의 골프'를 앞장서서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잡상인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자이르에서 돌아와 이모가 살던 미국으로 건너간 조 대표는 1995년부터 4년간 새크라멘토주립대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2000년. 벤처붐이 절정이던 시점이었다.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몇 달 안 있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자이르에 갈 때처럼 별안간이었다. 그리고는 친구와 달랑 두 명이서 600만원을 갖고 만든 회사가 바로 그린웍스다. 2003년 4월이었다.

"일본의 골프장 업계 불황이 깊어지면서 매물이 우후죽순 나오던 시기였어요. 미국에서는 '골프나우'라는 예약 서비스가 인기였고요. 우리나라 골프장들의 상황도 일본·미국처럼 갈 거라는 예상으로 '인터넷 예약 서비스를 시작하면 괜찮겠다', 한 거죠. 아무 생각 없이 건드려봤는데 이렇게까지 왔네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골프장들은 조 대표를 잡상인 취급했다. 가만히 있어도 골프장에 손님이 몰리던 시절. "잔여 타임을 이용해 제휴를 하자" "골프장 회원들이 골프장을 믿지 못한다. 인터넷으로 투명하게 하자"는 조 대표의 말에 관심을 보이는 골프장 사장은 극히 드물었다. 아예 사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서는 날이 더 많았다. "골프장 부킹 담당자는 3년만 일하면 자동차를 산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어요." 골프장 대리나 사원은 '장사 잘되는데 뭐하러 너희랑 하겠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6~7년이나 같은 상황이 반복됐지만 조 대표는 포기를 몰랐다. "몸이 불편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가진 게 없었고 갈 곳도 없었다"는 게 그의 말.

사람을 만나 명함을 교환하고 얘기를 나누면 그 사람의 명함에 인상을 적어놓는 습관도 그때 들였다. 10년 전 만난 한 골프장 사장의 명함에 조 대표는 '거만함, 말 없음, 관심도 없음'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그 사장이 지금은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전국 480여개 골프장 가운데 현재 엑스골프와 제휴 중인 곳은 300여개. 5곳이던 것이 10여년 만에 60배로 늘었다. 매출도 매년 100~200%씩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70억원(영업이익률 10%)을 돌파했다. 이 사이 인수 제안도 꽤 들어왔다고 한다.

조 대표는 "올해 매출은 90억원 정도로 내다본다. 3~5년 뒤 상장도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회원 수를 더 늘리기보다는 기존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골프업계 새 트렌드는 골프장 위탁운영=충성도를 높이는 조 대표의 비장의 무기는 감성 마케팅을 넘어선 '정성 마케팅'이다.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사랑합니다' 등의 글을 병에 새긴 조각 와인을 우수 고객의 이름을 넣어 선물하고 추석에는 화투와 군용 모포를 배달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트리도 보내준다. 조 대표는 "남들 다 보내는 건 안 보낸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또 다른 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골프장 위탁운영이 그것. 계열사인 ㈜블랙웍스를 만들어 직원 10명으로 시작했다.

"대세는 위탁운영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골프장들의 거의 50%가 위탁운영 쪽으로 갔어요. 골프장에 입금만 시켜주고 영업은 저희가 하는 거죠. 그린피의 10%를 수수료로 받는 겁니다." 벌써 골프장 세 곳과 계약을 마무리했다. "저희 비즈니스도 블랙웍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골프장 수를 더 늘릴 계획은 없어요. 세 곳이면 됩니다."


올 10월 중순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스키전시회도 열 예정. 엑스골프로 쌓은 노하우로 위탁운영에, 골프박람회 개최 경험을 발판 삼아 스키전시회에 뛰어든 것이다. 조 대표는 이미 성공했지만 초심처럼 겸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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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이 시작해 운이 좋아 여기까지 온 거죠. 우리 회사는 급격하게 클 수 있는 회사가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에는 자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 나중에 다들 집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그린웍스 가보니

간식 타임 … 수면실 마련 … 자유로운 복장

직원들이 행복한 '골프업계 구글' 꿈꿔


지난 7일 ㈜그린웍스 사무실. 오후4시가 되자 직원 2명이 사내 휴게실에서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자체 지정 '햄버거 데이'. 휴게실에는 음료가 가득한 업소용 냉장고와 컵라면 등 간식거리는 물론 전자레인지와 각종 주방용품까지 구비돼 있었다. 이곳 직원들은 정해놓은 순번에 따라 특정일 오후4시에 간식을 만들어 동료들에게 제공한다. 한 직원은 "먹는 사람은 당연히 좋고 요리 순번에 걸리더라도 일찍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매달 첫주 월요일은 조성준 대표가 직원들에게 초밥을 사는 '초밥 데이', 비 오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파전 데이'다. 조 대표는 "간식비로만 한 달에 500만~600만원이 든다. 연말에는 1억원이 나가기도 한다"면서도 "직원들 덕분에 좋은 차도 타고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퇴근시간도 탄력적이고 복장도 자유롭다. 매주 수요일,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금요일에는 팀장급들은 한 시간 늦게, 평사원들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한다. 화요일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출근해도 되는 날이다. 낮잠을 잘 수 있는 남녀 수면실에는 안마의자도 있다.

조 대표는 "골프업계의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처음 사업을 할 때는 무조건 돈 벌자는 생각뿐이었어요. 3년이 지나고부터는 고객 만족을 위해 직원들을 몰아붙였죠. 7~8년 차가 되니까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직원들한테 잘해야겠더라고요."

실제로 조 대표는 지난해 연말행사에서 전 직원에게 깜짝 선물로 명품지갑을 선물하기도 했다. "회사의 존재 가치를 직원들에게 두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열쇠를 여러 개 갖고 와서 차 1대씩 타고 나가게 하는 이벤트도 해보고 싶어요."

He is …

△1970년 서울

△1989년 충암고 졸업

△1995~1998년 미국 새크라멘토주립대

△2003년 ㈜그린웍스 설립

△2005년 서울지방중소기업청 벤처기업 인증

△2006년 기술혁신형중소기업 이노비즈 지정

△2011년 IBK 우수 중소패밀리기업 선정

△2012년 서울시 우수기업 브랜드 선정

△2013년 기술보증기금 A+ 멤버스 선정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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