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54에서 백62까지는 필연이다. 그 다음에 흑63으로 짚어간 수순을 아마추어들은 음미해야 한다. 초심자의 제일감은 그 왼쪽 자리에 가만히 뛰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호된 공격을 당하게 되므로 좋지 않다. 백으로서는 64에 젖혀 공격하는 것이 일단 기세인데 이때 흑65로 철썩 붙여간 수가 일품이었다. 사이버오로 생중계를 맡은 김성룡9단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7을 그려놓고 있었다. 이미 네 귀를 차지한 흑은 이런 식으로 중원을 지우기만 해도 전혀 불만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실전의 흑65를 보고는 즉시 감탄을 했다. "박력만점! 역시 이 코스가 훨씬 더 좋군요. 백이 아주 곤란해 보입니다."(김성룡) 흑65는 축머리를 만들겠다는 작전이다. 참고도2의 흑2, 4를 선수로 둘 수만 있으면 흑6으로 모는 축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세돌은 잠시 생각하다가 백66으로 몰아버렸다. "어떻게 견디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김성룡) "뭐 승부의 기세라는 것이지."(서봉수) 흑67은 예정 코스. 여기서 무조건 백68로 끊어 변화를 구한다는 것이 이세돌의 해법이었다. 백72까지의 진행을 보고 서봉수9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이런 식으로 두는 도리밖에 없겠지. 다케미야류의 대세력작전이야."(서봉수) "과감하긴 한데 중원에 큰 집을 짓는다는 게 여간 어려워야지요. 그야말로 공중에 누각 짓기 아닙니까."(김성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