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과 건설교통부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 발표에 신규분양을 준비중인 주택건설업체들은 물론 분양승인권자인 일선 시ㆍ군ㆍ구청마저 딜레마에 빠졌다. 업체들은 자칫 미묘한 시기에 신규분양에 나섰다가 여론의 마녀사냥식 고(高)분양가 공세에 맞닥뜨릴까 우려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 역시 여론의 시선 때문에 업체들이 분양승인신청을 해올 경우 무작정 승인을 내줄 수도, 그렇다고 법적 근거도 없이 이를 거부할 수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공공이나 민간택지 모두 아직 분양원가 공개 방침 여부가 확정되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그때까지가 더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용인에서는 흥덕지구에서 경남기업 등 7개 건설업체가 총 3,352가구에 대해 아파트 분양을 준비중이다. 시는 조만간 ‘분양가 자문위원회’를 구성, 업체들이 분양승인신청할 경우 원가검증을 통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갑자기 ‘원가 공개 의무화’ 방침을 밝히면서 오히려 시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지자체들을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오히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통령이) 민간택지 분양원가 공개여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것 만으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여론의 시선이 분양가에 집중된 상황에서 자칫 업체들이 분양승인 신청을 해오면 처리하기가 곤란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업체가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온다면 몰라도 만약 승인 신청한 분양가가 다소 높아 여론의 도마위에 오를 때가 문제다. 용인시측은 “현재로서는 만약 업체들이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해오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며 “가격이 높다고 판단되면 조정은 해보겠지만 아무런 권한도 없는데 무리하게 가격을 내리라고만 요구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규분양을 준비중인 업체들은 ‘시범 케이스’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10월중 인천에서 신규분양을 준비중인 C사는 “시장조사 결과 내부적으로 책정한 분양가가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여론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신규분양을 추진중인 A사도 내부적으로 이미 분양가를 정했음에도 섣불리 외부에 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융이자 등 비용 부담 증가 때문에 사업시기를 마냥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원가공개 논란으로 민감한 시기에 자칫 서둘러 분양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과 건교부가 아직 시행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발표한 것은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여론몰이식 압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공공은 그렇다 치고 민간 분양원가 공개는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가 서둘러 발표한 것은 여론을 이용해 민간 분양가를 내리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