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머니포커스/금주의 이슈리포트] 사상최대 증시공급과 신규수요 부진

지난해 연말 새 천년「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뒤로한 채, 연초부터 불안한 주가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내달 8일 대우채 환매를 앞두고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지속되는데다 2월1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악재들이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해 사상최대의 증시공급과 이에 따른 신규수요의 부진현상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이후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의 초점을 증시부양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맞추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적극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 200% 맞추기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직접금융이 활성화한 결과 증시공급은 지난 98년 13조원, 99년에 45조원을 기록하며 과거 10년간 최대규모로 증가하게 되었다. 증시공급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보면 지난 88~89년 증시공급이 대폭 늘어난 결과, 주식시장은 1년의 시차를 두고 하락세로 반전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증시공급이 시중유동성을 상당부분 잠식시켜 주식수요가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지난 89년은 경기정점이었고 지금은 경기확장 국면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무역수지, 총통화증가율 등 거시경제 차원에서 증시유동성은 이미 지난해 정점을 형성한 만큼 올해 증시도 과거의 악몽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금액을 추정해 보면, 증시공급 45조원, 주식형 수익증권 48조원, 해외증권 13조, 고객예탁금 8조원, 뮤추얼펀드·기타 10조원을 합해 120조원이 넘는 신규자금이 증시로 집중되었다. 최근 주식시장의 신규수요 부진도 지난해 시중유동성이 과잉 집중된데 따른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인위적인 저금리정책의 결과로 시중부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상태지만, 이 자금의 상당수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권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식시장의 대기수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연초 4조원에서 하반기 12조원까지 증가한 후 현재 10조 안팎에서 답보를 보이고 있고, 주식형 수익증권도 대우사태가 발발한 지난 7월 이후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모주와 실권주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가 주식형에 편입된 것을 감안하면 주식형 수익증권은 사실상 감소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식형 수익증권, 고객예탁금과 종합지수와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 종합지수의 불안한 흐름을 수급측면에서 볼 때 신규수요의 부진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편, 연초부터 무역수지흑자가 원화절상과 유가급등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무역수지는 15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26개월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98년 406억달러, 99년 238억달러에 이르며 증시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 줬지만 올해에는 100억달러 흑자를 자신할 수 없는 만큼 증시의 유동성 위축은 불가피하다. 여기다 지난해 연간기준으로 27%대까지 확대된 총통화증가율이 올해에는 20%대 내외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점도 시중유동성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시장참여자들은 정부가 총선이후 긴축기조로 선회할 경우 증시의 유동성 위축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국내적으로 취약한 수급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외국인들의 주식매수가 지속되며 수급안정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외국인의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22.5%, 금액으로는 73조5,000억원을 기록해 98년 22조5,000억원에서 불과 1년만에 3.3배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해외증권 발행까지 포함하면 외국인의 시가보유 비중은 이미 25%를 넘어 아시아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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