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등으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출석한 이 전 의원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끝내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동시에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인 그가 구속되면서 이 대통령이 받을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만사형(兄)통'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 전 의원도 권력 무상을 절감하는 처지가 됐다.
이 전 의원이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병 확보는 수사를 진척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구속을 통한 신병 확보는 증거인멸 등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피의자를 압박해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의원의 구속으로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의 구속 가능성도 높아졌다. 검찰은 정 의원이 이 전 의원과 함께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해 공모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고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대선자금 수사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대선자금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돈을 건네 받은 정치인의 폭로발언이나 구체적인 회계자료가 나와야 한다. 돈을 건넨 사람들의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확정하기 어려워 '미묘한 시기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수준'에서 수사가 엎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내심 기대하는 것은 정 의원의 태도변화다. 만의 하나 폭로발언이 나온다면 그 가능성은 '누릴 것을 다 누린' 이 전 의원보다는 '정권 내내 불행했다'고 느끼는 정 의원이 더 높다.
더구나 정 의원은 2007년 당시 선거자금 모금에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정 의원 본인이 아니라 해도 그 주변 인물들이 대선 자금에 대해 발언을 할 수 있다. 정 의원과 그 주변 인사를 포함해 정치권 인사들이 폭탄 발언을 한다면 검찰로서는 큰 수확을 얻고 대선 자금 수사에도 부담 없이 첫 발을 뗄 수 있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권 말이면 정치권 인사들의 폭로성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거물 정치인과 주변 인사들이 검찰에 소환됐을 때 적극적인 진술을 하는 일이 많았다"면서 "대선 정국과 임기 말 등 정치적인 여건과 부담을 우려해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덮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