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동유럽 금융위기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국유화 논란 등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폴란드, 체코 등 일부 동유럽국가의 통화가치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고, 루마니아는 헝가리와 라트비아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조만간 신청할 움직임이다. 미국에서도 BOA 등의 국유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금값과 달러화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동유럽의 부도 도미노=동유럽은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폭탄으로 지목된다. 동유럽 경제는 현재 부도 위기에 빠졌다. 동유럽 국가가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2008년 GDP기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비중은 작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다.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는 것도 동유럽 경제 부도가 몰고 올 후폭풍 때문이다. 동유럽경제가 쓰러질 경우 이들 국가에 돈을 대준 서유럽 금융기관들도 부실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유럽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글로벌증시 전반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유럽경제는 부채비율이 높은 반면 자체 상환능력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유럽 국가부도 위험에 노출된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일시에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동유럽경제는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동유럽 주요 8개국의 총 대출액 9,378억달러 중 서유럽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4.7%(2008년 3ㆍ4분기 기준)에 달한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동유럽 주요국가의 단기부채 규모가 외환보유액을 크게 웃돌 정도로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며 “외국은행들이 본격적인 자금회수에 나서게 되면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선진국 증시도 비틀=동유럽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는 선진국 증시를 강타했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동유럽 경제 위기는 선진국 금융기관의 부실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은행들의 국유화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는 몸살을 앓고 있고, 주요 서유럽 증시 역시 약세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뉴욕증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다우지수는 장중 기준 11년전 수준으로 추락하고 필라델피아 은행업종지수는 이미 역사적 신저점을 경신했다. 씨티그룹 주가가 2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한 때 미국을 대표했던 금융주는 현재 햄버거가격보다 못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은행 국유화 논란 추이와 새로운 금융구제안이 어떤 효력을 발휘할 지 주목하고 있다. 동유럽의 위기는 선진국의 경기둔화 및 신용경색에 비하면 주변변수에 불과하고 결국엔 경기하강의 시발점인 미국이 회복되어야만 지금의 난관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7년 이후 글로벌 경기하강을 선도한 것은 미국이었고,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도 미국이었다”며 “경기안정 여부는 미국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연구원은 이어 “미국 실물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미 재무부가 발표한 금융구제안이 어떠한 효력을 미치느냐가 현재로서는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