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위기의 日기업 구원투수는

신병의 혁신… 노병의 경험<br>● 소니·파나소닉, 역대 최연소 CEO 선임… 경영쇄신으로 성장 도모<br>●캐논·일본항공, 회장 등 원로가 일선 복귀… 노하우 살려 위기 극복

소니 히라이 가즈오

파나소닉 쓰가 가즈히로

캐논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항공 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서는 일본 기업들이 '구원투수' 선발에 있어 뚜렷한 노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니ㆍ야후재팬 등 일부 기업들은 파격적으로 젊은 CEO를 발탁해 획기적인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선에서 물러났던 70대 원로 경영인을 다시 불러들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주식회사 일본을 구하는 것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이 될지, 혁신을 추구하는 신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 들어 '최연소 CEO'로 수장을 교체하며 가장 먼저 경영혁신의 승부수를 띄운 곳은 전자산업의 대표 주자인 소니다. 소니는 지난 7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하워드 스트링거(70) 체제에서 경영악화가 지속되자 51세의 히라이 가즈오 현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창업주를 제외하면 역대 최연소 신임 CEO다.


파나소닉도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위기탈출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최근 오쓰보 후미오(67) 사장이 물러나는 대신 50대의 쓰가 가즈히로(56) 전무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기로 했다. 소니와 마찬가지로 쓰가 신임 CEO도 파나소닉의 최연소 CEO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일본 재계의 풍토에서 굴지의 대기업들이 나란히 50대의 CEO를 발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도 세대교체 대열에 동참했다. 야후재팬의 경우 55세인 기존 이노우에 마사히로 CEO를 대신해 임명한 신임 CEO는 올해 불과 44세인 미야사카 마나부 소비자사업총괄본부장이다. 야후재팬은 CEO뿐 아니라 경영진 7명을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 물갈이해 평균 연령대를 확 끌어내렸다.


이 같은 파격은 아니더라도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쇄신으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젊은 CEO로의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12월에 취임한 사장 가운데 50대는 36.4%로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떨어진 반면 40대 젊은 사장은 3.4%포인트 늘어난 29.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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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일선에서 은퇴한 원로 경영인들을 다시 '모셔오는' 기업도 눈에 띈다. 캐논은 1월 우치다 쓰네지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미타라이 후지오(76) 회장이 사장으로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그가 6년 만에 CEO로 경영 일선에 돌아온 것은 세계 경제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안전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자신의 설명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세대교체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젊은 경영자를 발탁했다가) 실패한 회사들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캐논이 과거로 회귀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한 데는 2010년 파산보호 신청 후 '경영의 신'으로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80) 교세라 창업주를 회장으로 영입해 회생에 성공한 일본항공의 사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나모리 회장은 올 2월 일본항공 명예회장으로 한 발 물러났지만 신임 경영진은 여전히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륜과 경험,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원로 경영인과 참신한 아이디어 및 혁신적 사고를 지닌 젊은 경영인의 선택이 각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에서는 베테랑의 안정된 경영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로에게 의존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카베 아키오 신슈대 교수는 캐논의 미타라이 CEO 복귀에 대해 "젊은 경영자를 육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일본 기업과 경제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신제품ㆍ신기술 개발 능력을 위해서는 젊고 유연한 사고의 인재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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