邊炯 (한국투신 사장)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산업생산과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BSI)도 개선되고 있다. 또한 경제의 바로미터인 주가도 지수700P를 돌파한데 이어 19일엔 750P를 넘나드는 힘찬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다.
지금 우리경제를 일으키는 추진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 체질개선에 의한 경쟁력 향상과 금리하락을 바탕으로 한 경기의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업의 체질개선 측면을 들여다 보자.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차입경영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영업수익은 선진국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금융비용 등 영업외적인 비용부담으로 순이익은 미진한 저수익구조를 지닐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자본을 확충해 빚을 갚아 수익성이 현저히 좋아지고 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경쟁력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자신의 역량을 집중, 사업구조도 훨씬 좋아지고 있다.
기업의 생존위기를 맞아 노사가 한마음으로 기업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점도 생산성 향상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임금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과거와는 달리 경영성과에 대해 경영자와 종업원들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스톡옵션제가 도입되는 등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립되고 있다.
경영이 투명해지고 건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경영환경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소액주주의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되고, 시민단체와 기관투자가들이 경영감시활동을 본격 전개하면서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같은 기업체질의 개선과 함께 경제회생의 또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금리하락이다.
금리의 하향안정은 소비와 투자를 북돋아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고, 투자매력이 높아진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들을 유도한다. 특히 증시활황은 기업들의 자본조달을 용이하도록 해 기업의 체질개선을 앞당김은 물론 주가상승에 따른 소비확대도 가능케 한다.
한마디로 저금리시대의 정착은 경기확장과 주가상승이 반복되는 선순환을 가져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경제가 장기간의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저금리, 저물가와 더불어 주가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경기회복의 주요 고리인 증권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은 상당부분 투신사의 주식형 펀드나 뮤추얼 펀드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증권투자에 필요한 정보나 금리 및 주가 예측, 기업의 신용도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능력, 그리고 파생상품 등 다양한 위험관리수단 활용능력 등에 있어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이 간접투자방식으로 이뤄지고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의 주식투자도 늘어나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보유비중이 높아져 증시의 기관화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와 같이 비경제적 논리에 의한 투자를 반복한다면 지금껏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쌓아온 경제회생의 발판이 흔들려 재차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이 건실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의 투자자금은 회수하는 등 투자기업에 대한 공정한 경영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래 40여년간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경제는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희생하고 소수 기업들로의 경제력 집중을 허용하는 등 부실요인을 누적시켜 왔다.
이렇게 속병을 앓던 우리경제는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결국 경제운용의 독자성까지 상실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독일의 슈뢰더총리가「동아시아 호랑이 경제가 이룬 기적의 슬픈 종말」이란 표현을 쓴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지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장롱 속의 금을 모아 수출했고, 200만 실업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구조조정과 경제재건에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구상의 외환위기를 겪은 어느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를 회복시키고 있다.
우리경제는 기업의 체질개선과 금리의 하향안정을 바탕으로 재도약에 성공해야한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국경제의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