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성격은 똑같지만 업무 강도는 훨씬 센 데 연봉이 2배 이상 차이 나니 일할 맛이 안 납니다" 최근 만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이 기자에게 건넨 얘기다. 같은 업무를 훨씬 힘들게 하는데도 임금 격차가 심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하소연이다. KOICA 직원들 입장에서는 똑같은 ODA 사업을 하지만 현지국가에 거주하며 봉사활동 하는 자신들보다 국내에서 금융업무 성격의 편한 업무를 하는 수출입은행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수출입은행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9,000만원으로 KOICA 4,400만원 보다 두 배가 많다. 신입사원 초임 역시 수출입은행은 올해 3,500만원으로 KOICA 2,400만원에 비해 1,100만원이 높다. 또 현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7대3 비율로 무상원조 예산을 늘려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무 강도는 훨씬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강해지는 업무 강도에 비해 직원들 사기진작을 위한 연봉인상은커녕 최근 몇 년간 제자리 걸음인데다, 같은 업무를 하는 수출입은행은 연봉을 두 배 이상 더 받아 못마땅할 뿐이다. 게다가 신입사원 초임도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 우수 인력 뽑는데 고충이 많지만 정부 눈치가 보여 속만 태우고 있다. 특히 KOICA가 최근 수출입은행을 보고 있으면 더욱 뿔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지난 2008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와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한 신입사원 초봉삭감 조치를 다시 회복시키겠다는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수출입은행 신입사원의 연봉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연봉 동결 방침이라면서도 경영진이 금융공기업 특성을 감안해 연봉인상에 나선다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KOICA는 올해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임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재정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역할 확대 계획에 사기진작 차원의 당근을 준다면 추진하려는 계획은 분명히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당근이 빠진 계획은 불신과 비효율만 가득한 전형적 탁상행정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