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가구업계와 '디자인 경영'

“최고 경영진부터 현장 사원까지 디자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재인식해 세계 일류에 진입한 삼성 제품을 품격 높은 명품으로 만들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모두 불러 주재한 디자인전략회의에서 주문한 내용이다. 이 회장의 올해 ‘밀라노 발언’ 후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디자인 경영’이 화두가 됐다. 이 회장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찾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매년 4월이면 전세계 가구업체가 모여 대규모 가구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세계 가구시장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밀라노 전시회는 한국 가구업체들에는 아직 그림의 떡만큼 높은 벽으로 인식된다. 올해도 국내 업체는 단 한 곳도 참가하지 못했다. 제품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주최측은 한국 가구업체들이 매출액과 수출실적 등 심사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디자인의 독창성이 부족한 게 가장 주된 이유라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실제 밀라노 박람회장에서 주목받은 디자인과 소재는 곧바로 복제돼 국내시장에 출시된다고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한다. 국내 업체들간에도 디자인 도용과 제품복제 문제로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 경영이 국내 가구업계에 자리잡기 힘든 구조로 작용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들어 국내 가구업체들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휴대폰ㆍMP3ㆍ생활가전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자랑하면서도 가구분야에 있어서는 ‘복제품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부터 코엑스에서 ‘서울 세계 베스트 디자인전’이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세계 유명 디자인상을 수상한 500여개의 굿 디자인 상품이 전시된다. 가구를 비롯한 전산업 분야의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회에 퍼시스ㆍ에넥스 등 국내 가구업체들도 참가한다. 이번 전시회가 국내 가구업계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