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군의 주산지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해 특히 봄ㆍ가을이면 자욱한 물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왕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몰려들곤 한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이곳의 평화로운 나날을 배경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진작가 서옥석은 이곳의 미(美)에서 추(醜)를 끌어냈다. 깨달음 혹은 혼란의 순간을 포착해 정지시킨 듯한 작품에서 주산지와 왕버들은 과도한 욕망으로 고통 받는 인간, 조롱하는 듯한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30여 년간 사진작업에 심취해 온 작가 서옥석의 두번째 개인전이 관훈동 갤러리나우에서 열리고 있다. 약 20점의 출품작을 본 관람객들은 "유화인 줄 알았다"고 얘기한다. 안개와 불빛이 산란된 듯한 화면효과 때문이다. 작가는 "장노출이나 흔들림 기법은 아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장치에 의해 '회화적 기법'을 완성했다"고 말한다.
서씨는 자못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을거쳐 현재는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富)와 물질에 대해 연구해 온 그가 완성한 작품들은 너무나 '비물질적'이어서 인상적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형상화한 것은 경제학이나 이 사진 작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혼란, 혹은 평화와 깨달음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형상화 했습니다."
작품에 관한 한 일관된 고집과 주장을 가진 서씨는 자신의 고유한 회화적 기법을 무기로 향후 미국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3월1일까지 계속된다.(02)725-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