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테이블에서 막판 ‘빅 딜’로 거론됐던 부문은 스크린 쿼터와 지적재산권 부분. 스크린쿼터 관련 영화계가 최후의 보루로 마지막까지 주장했던 것은 향후 점유율 하락시 재협상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단 ‘미래유보’. 하지만 ‘미래유보’만은 지켜달라는 영화계의 요구와는 달리 핵심 산업 부분을 위해 문화 산업을 ‘양보’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재조정이 불가능한 ‘현재유보’로 스크린쿼터가 조정됨으로써 영화계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영화계는 “영화산업이 바닥을 쳤을 때 회생의 기본 토대가 없어졌다”점에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로 인해 한국영화의 투자 위기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큰 문제. 한국영화는 최근 수익성 하락으로 극심한 투자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시장에 민감한 투자금이 쿼터축소로 인해 더욱 동결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승재 LJ필름 대표는 “투자위축을 스크린 쿼터의 탓으로 돌리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할리우드에 비해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쿼터 축소가 투자위축의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하에 한국영화계는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한류(韓流)의 부진으로 쉽지 않은 입장이다.
지적 재산권도 사실상 미국측 주장 대부분이 받아들여져 관련 업계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미국이 끈질기게 요구했던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이 확정됐으며, 온라인 분야 역시 저작자 권한이 강화돼 추가 저작권료 지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갈수록 지적재산권 수준이 강화되는 세계 추세에 대응해 국내 법규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협상 쟁점 중 하나였던 저작권부문은 보호기간이 자연인(개인)이든 비자연인(기업)이든 현행 저작자 사후 50년이었던 보호기간이 70년으로 결정, 미국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 부담이 커졌다. 한국측은 미국측 주장을 받아들이되 제도시행을 몇 년간 유예하는 선에서 이번 협상을 마무리했다.
문화관광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으로 우리나라가 20년간 얻을 이익은 67억 8,000만원인 반면 해외로 빠져나갈 돈은 2,111억원. 업계 추정은 이보다 더 많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FTA체결로 매년 400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 20년간 누적 저작권료는 출판업계만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삽화ㆍ캐릭터 등도 같은 보호기간을 적용받아 출판사의 추가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온라인에서도 저작권자의 권리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 측은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콘텐츠를 PC나 하드디스크에 임시 저장하는 ‘일시적 저장’의 복제권, 저작권자가 온라인에서 이용자의 접근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보호장치 설치’ 등 미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교육ㆍ연구 등 비영리 목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을 두기로 합의, 이용자 불편을 줄이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