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급락배경·전망'환율 바닥권 왔다' 공감대속 시장불안감은 여전
원ㆍ달러 환율이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처럼 곤두박질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심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64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중 최고치(1,332원)에 비해 무려 5%나 하락한 것이다.
특히 16, 17일 이틀새 무려 15원 가까이 떨어지자 정부 당국자는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최근의 급격한 환율하락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설 정도로 환율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하락에 가속도가 붙어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4월12일 1,332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 하락할 때도 불안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우리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1,300원 이상의 환율은 고평가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환율이 계속 급락세를 나타내자 시장의 불안감도 높아지면서 미리 달러화를 처분하려는 선매도 물량마저 폭주하는 상황이다.
▣ 구두개입으로 급락세는 진정될 듯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는 수급요인과 함께 시장심리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하락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되자 수출업체들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달러 매각을 앞당기고 있고 외화예금에서도 달러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이 조금이라도 반등하는 기미가 보이면 즉시 달러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구두개입은 시장심리를 다소 안정시켜 최근의 환율급락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교적 강한 어조로 구두개입을 단행함에 따라 추가적인 급락세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환율이 바닥권에 근접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구두개입은 시장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바닥권 인식에는 공감, 불안감은 여전
최근의 환율하락은 '달러 약세, 엔화 등 주요통화 강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는 하락요인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응백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일본 정부가 엔ㆍ달러 환율이 125엔 밑으로 하락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엔화 강세에 따른 원ㆍ달러 환율하락 압력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딜러들도 대체로 환율이 바닥권에 왔다는 데는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불안하다. 더욱이 이런 불안감이 달러 매도를 부추기자 선뜻 달러 매수에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이미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급락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