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질 일부 풀어주고 지연작전 쓸듯

협상 중대국면…탈레반 움직임<br>아프간·美군사작전 검토에 입장 변화 가능성<br>"초기대응 미숙등 문제" 정부 협상전략 도마에<br>외교·안보 부처 정보교류 혼선 책임론 불가피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이 탈레반 인질 사태가 벌어진 지 2주가 경과한 1일 인질ㆍ포로 맞교환 불가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았다. 특히 탈레반 측이 최종 시한으로 정한 1일 오후4시30분(한국시간)이 지났는데도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아 추가 희생자가 발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협상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협상 중대 국면, 인질 석방 가능성(?)=아프간 현지에서 심성민씨의 시체가 발견된 지난 7월31일(현지시간) 탈레반 무장단체의 한 고위지휘관은 기존 협상전략이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탈레반 고위지휘관은 이날 익명을 전제로 미국 CBS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의 전략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질들의 살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해를 잠시 중단할 뿐 아니라 여성 인질들의 석방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2명을 잇달아 살해한 뒤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 군사작전을 검토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온건노선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건강상태가 악화된 일부 인질들을 조기 석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 인질 납치에 직접 관여한 탈레반 고위지휘관은 “아프간 정부가 극도의 압력 아래에 놓여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계속 이런 상황에 놓여 이 위기가 당분간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의 말처럼 아프간 정부는 이번 인질 사태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며 국제적으로 심한 압력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레반은 인질 살해라는 ‘초강수’ 이후 여성 인질 일부를 풀어주는 ‘회유책’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탈레반은 “여성 인질들의 석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돈은 전혀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이 동료 죄수와 인질과의 맞교환 요구를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국제사회의 비난과 군사작전을 막기 위해 일부 인질들만 풀어주는 선택적 지연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협상전략 문제…책임론 불가피=피랍 사태가 보름가량 지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초기 대응에도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것. 또한 탈레반이 제시한 최종 협상시한(1일 오후4시30분)이 지났는데도 석방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청와대 안보정책실의 백종천 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급파했는데도 사태 해결에 거의 기여하지 못해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피랍사건의 성격상 딱 떨어지는 협상 카드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인질 2명이 살해되는 동안 우리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번 사건이 어떤 식으로 해결되든 정부 내에는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ㆍ안보 부처간의 정보교류의 혼선 문제 등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에 다양한 정보를 흘려 혼란을 줬어야 했는데 사건 초기부터 군사작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우리의 대응방식을 예측 가능하게 했다”며 “물론 군사작전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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