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들이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지며 주변 시세 하락을 이끌고 있는가 하면 수도권에서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들은 연이어 참패를 하고 있다. 여기에 입주를 앞둔 대단지 아파트들은 쏟아지는 전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역 전세난’에 시달고 있다. ◇대단지가 시세 하락 이끌어=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경우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인 두산ㆍ푸르지오 등이 오히려 이 지역의 시세 하락을 이끌고 있다. 두산 아파트의 경우 142㎡형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6억3,000만~6억4,000만원 사이에 거래가 됐으나, 지금은 5억3,000만~5억6,000만원 사이에 매물이 나오는 등 중대형의 가격 하락 폭이 크다. 봉천동 D공인 사장은 “대단지 아파트들이 아무래도 중대형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니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형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세 통계를 봐도 입증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 주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해본 결과, 서울 지역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의 하락폭은 –0.33%로 평균 하락폭(-0.19%)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시장에서도 외면 당해= 분양시장에서는 철석같이 믿었던 대단지 ‘프리미엄’도 실종된 분위기다. 이 달 초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고,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가 풀린 후 수도권에서 첫 분양에 나서 주목을 끌었던 경기도 부천약대 두산위브 아파트는 1,122가구 모집에 20%가 조금 넘는 278명만 신청, 844가구가 무더기 미달됐다. 이 아파트는 사실상 부천에서 처음 선보이는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인데다 중소형 아파트의 비중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황의 그림자를 비껴가지 못한 것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시장 침체로 분양 시장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인근 지역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진 상태”라며 “무조건 규모가 큰 것보다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분양가가 분양 성공 여부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구하기도 별 따기= 올 연말 서울에서 입주를 앞둔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다음달 중순 3,410가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초구 반포 자이 아파트는 이자부담 등의 이유로 급하게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들 때문에 전세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포자이 116㎡형은 1~2개월 전보다 5,000만원 이상 하락한 2억9,000만~3억4,000만원선에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형인 162㎡형도 4억~5억원이면 전세로 입주 가능하다. 인근 S공인 사장은 “강남 요지의 새 아파트가 이렇게 싼 가격에 전세로 나오게 될지는 몰랐다”며 “시장 침체 때문에 물량 쇼크로 인한 전세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