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T인력양성 量보다 質위주로

■ IT인력 양성 주먹구구"한국은 빌 게이츠 같은 천재가 태어날 수는 있어도 빌 게이츠 같은 천재를 키울 수는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IT(정보기술)인력양성 정책의 부재를 꼬집는 말이다. 정부가 최근 IT인력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만 양병설' 등을 내놓고 있으나 이도 자세히 뜯어보면 현실적으로 필요한 고급인력 양성 등엔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특히 IT인력양성의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조급한 마음으로 갖가지 정책대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교육현장에서 실행해야 할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연말이나 되야 IT인력을 포함한 '국가핵심인력 양성계획'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정책의 불협화음마저 예상된다. ◇어떤 인력이 얼마나 모자라나=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IT전문인력 부족이 2005년까지 18만명에 달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고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정규 교육기관이 배출한 IT인력은 21만3,311명이었다. 이중 전문대와 실업고 졸업자가 17만9,097명에 달하는 83.9%를 차지했고 대학 졸업자는 2만7,802명, 석ㆍ박사 학위 취득자는 6,412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른 IT인력 수급전망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정통부가 최근 발표한 'IT인력 양성 5개년 계획'을 보면 2005년까지 실업고와 전문대 졸업 수준의 IT인력 부족은 9,4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학사 이상은 매년 조금씩 부족분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12만명이 모자랄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앞으로 5년간 1만7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ㆍ박사급의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 인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거꾸로 가는 정책=정부는 얼마 전까지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IT인력 2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IMT-2000 일시출연금이 IT인력양성기금으로 추가편입되면서 올해만 해도 투자액이 그 2배인 1조원으로 늘었으나 인력양성 목표는 여전히 20만명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일을 5,000억원의 예산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번의 계획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부와 정통부의 유기적 협조부족으로 정책혼선이 우려되는 점도 문제점이다. 최근 정통부는 수도권대학의 증원허용,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의 학부과정 신설, 대학에 각종 지원금 배분 등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인적자원개발의 총괄부서인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IT인력양성 총괄계획(국가핵심전략분야 인력양성 계획에 포함)은 올 연말이나 되야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며 "되도록 정통부나 산업계의 이야기를 들어서 인력충원 계획을 마련하겠지만 정통부의 계획과 꼭 같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양보다 질'로 가자='인력은 남아 돌지만 정작 쓸만한 인재는 없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부족인원의 수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칫 정책의 왜곡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책이 고급인력 양성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권남훈 연구위원은 "현재 대학수준 이상의 IT인력 양성이 없어 머릿수만 보면 인력이 남는다는 말도 맞다"면서 "70년대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세워 이공계 연구원들을 길러낸 것 같은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그 동안 산업계를 내다보는 노력이 부족했고 소극적으로 일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부터 업계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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