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창간 47주년 경제 연구원장에게 듣는다] <1> 한국경제의 과제와 방향

한국 경제는 지난 2003년 이후 계속 침체상태에 있다. 지난 4년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과 세계경제 평균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난 4년간 세계경제는 호황인 가운데 한국경제만 불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경제가 호황인 덕분에 수출이 잘돼서 그나마 4%대의 성장을 유지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기 침체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금년 하반기 경기는 회복될 것으로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의 추세를 볼 때 이 회복세가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와 한국경제의 경기변동은 상승국면이 단기화하고 하강국면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당연히 경제성장률이 장기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하강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소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이후 2만달러로 도약하는데 5~10년이 걸렸으나 우리나라는 1만달러를 달성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2만달러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이만하면 선진국이 다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절대빈곤층이 있고 대다수 국민의 생활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치고 있다. 아직 한국경제는 더 성장해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력과 국민의 생활수준은 결국 그 나라 기업과 국민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장비의 수준에 달려 있다. 아무리 국민이 부지런해도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낙후돼 있으면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고 좀 게으르더라도 그것들이 첨단이면 잘 살게 되는 것이 경제 원리이다. 후진국 근로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고 선진국 근로자들은 일년에 몇 달씩 휴가를 가도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지난 40여년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이 바로 이 과정이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설비를 늘려나갔다. 그러나 좋은 기술과 장비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기술투자와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투자는 기업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성장을 지속하고 국민생활수준을 계속 높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정치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면 된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투자 증가율은 지난 4년간 한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설비에 투자할 의욕을 상실했다. 한국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고 성장잠재력이 하강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반기업정서와 이에 영합하는 각종 규제와 정책 때문에 기업활동이 제약받고 기업인들의 사기가 떨어져서다. 이에 더해 일부 노조와 이익집단의 과격한 집단시위와 불법행위ㆍ이를 용인하는 온정주의ㆍ법치주의의 실종이 외국인 투자는 물론 국내 투자마저 외국으로 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기술과 설비에 투자를 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하자는 것은 결코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21세기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해 국력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살게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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