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새희망홀씨, 대출벌써부터 실효성 논란

서민지원에 앞장서 달라는 정치권의 요청에 맞춰 은행들이 영업이익의 일정액을 떼어내 서민대출에 나서기로 했다. 신동규(왼쪽)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회원 은행 관계자들에게 새 서민금융상품 출시에 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은행들 새희망홀씨 만들긴 만드는데… 은행들이 전 신용등급에 걸쳐 연 11~14%의 금리를 적용하는 서민 전용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을 다음달 선보이기로 했지만 금융계 안팎에선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햇살론’과 금리 수준은 비슷하면서도 대출 조건은 완화돼, 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이 다소나마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은행권의 기존 서민 대출상품인 희망홀씨대출에 비해 대출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나 소득조건이 나은 사람에게 대출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민대출 의미 반감될 수도=이번 새희망홀씨 대출에 대해 금융당국은 회의적이다. 기존의 대출상품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대상범위가 넓어 자칫 은행들의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 신용등급 대상자들에게 대출하는 것이 서민대출상품인지는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며 “은행들도 결국 신용등급 상위권자들에게 대출을 하려고 할텐데 결국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햇살론이 정부 보증을 받는 보증부 대출인 반면 새희망홀씨대출은 은행 자제 재원으로 돈을 빌려주고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로 돼있다. 대출 목표치도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 등을 이유로 판매에 소극적이거나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에게만 빌려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은행들 입장에선 5등급자들에게 기존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연 11~14%대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서민을 지원한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어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실제로 신용등급 5등급 대출대상자들은 굳이 서민전용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않아도 8%대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신용평가사에 등재된 5등급 계층이 1,000만 여명에 이른다”며 “햇살론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면서 대출에서 걸러진 5등급 계층이 새희망홀씨대출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지 살리려면 새 신용평가시스템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한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새 희망홀씨대출은 평가 대상 밖에 있던 사람들을 겨냥한 상품이란 점에서 현재의 평가시스템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은행이 구축해 놓은 신용등급 체계는 대출 가능한 대상자들의 DB를 토대로 1~10등급으로 나눈 것. 새 희망홀씨 대출은 따라서 사실상 백지에서 대출평가를 결정하게 된다.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현재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당분간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연체율이 현재보다 1~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별도의 대책이 없어 은행 스스로 떠 안기로 합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재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 구축하며, 당분간 눈감은 상태에서 연체율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강제력을 띠기 위해 은행연합회가 서민금융 취급실적을 금융감독당국에 알려 은행 경영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건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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