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서 발의한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법안에 대해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의 이 같은 뜻은 전날 ‘특검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사실상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방침과 달라진 것으로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신당 등이 발의한) 현 특검법안은 몇 가지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국회 법사위 과정 등에서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이를 “국회에 대한 공식 요청으로 봐달라”며 “정무나 민정 라인에서 별도 요청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재검토 요청 배경과 관련, 법안을 보면 ▦수사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삼성SDS나 대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인 에버랜드 문제 등을 다시 특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며 ▦과거 전례로 볼 때 최대 90일인 수사 기간을 200일로 한 것도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특검법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검찰 수사가 무력화되고 기본적인 국법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현재의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경우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부분까지는 얘기하지 말자”며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원칙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볼 때 법이 그대로 넘어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국회의 재의를 요구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특검이 시행될 수 있어 자칫 특검 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사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