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시장 불안에 “사재기”가세/1불 9백10원 돌파… 원인·전망

◎경상적자·외환보유 감소 폭등부추겨/이달말엔 9백20원까지 상승 전망도외환시장의 불안감이 한달째 계속되면서 환율이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개월 이상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8백95원선이 지난달 18일 힘없이 무너진 이래 1개월여 동안 환율은 단숨에 15원 이상 올랐고 그 결과 기업들 사이에선 달러보유 심리가 팽배해졌다. 미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19일 달러당 9백10원선을 사뿐히 넘어섰다. 개장초 9백13원30전까지 급등했다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한때 9백11원선으로 반락했지만 결국 이날의 기준환율보다 4원50전이나 급등한 9백13원80전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상승 저지선으로 여겨온 9백10원이 이제 하락을 막는 벽으로 돌변해버린 모습이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그동안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면서도 외환당국의 개입에 부딪쳐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19일엔 폭등양상으로 돌변했다. 이는 달러화의 수급상황이나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볼 때 현재 외환시장이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압력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구조적인 상승국면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같은 환율상승의 원인은 우선 경상수지 적자에서 찾을 수 있다. 경상수지는 6월 이후 다소 개선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수요가 달러공급을 늘 앞선다는 얘기다. 자본유입을 통한 종합수지 흑자로 달러부족분을 메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금융기관의 외화자금난도 어느 정도 완화된 게 사실이지만 다분히 상대적인 평가일 뿐 한보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가 정상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산업은행이 15억달러의 외화를 차입한 이후 장밋빛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타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의 해외차입은 여전히 어렵다. 차입금리도 산은의 차입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불리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환율불안에는 이같은 기조적인 문제와 함께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와 그에 따른 조절능력 하락, 외화예금 급증으로 나타나는 일부 기업들의 달러 가수요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백11억4천만달러로 7월말에 비해 25억3천만달러나 감소했다. 외환당국이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를 마구 내다 판 결과다. 그럼에도 환율은 여전히 상승했고 기업들은 이에 편승, 달러를 사들여 지난 6월말 19억7천만달러까지 감소했던 외화예금이 7월말 28억달러, 8월말 33억달러로 늘어났다. 9월 들어서도 이같은 악순환이 이어져 외환보유액 감소, 외화예금 증가, 환율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도 하룻동안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3억달러 이상이 외환시장에 방출됐지만 역부족이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것도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19일 엔화환율이 한때 달러당 1백22엔대로 올라섬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도 흔들렸다. 현재의 경제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달러화 상승기조임이 분명하다는게 국제금융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당연히 원화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론 반기결산을 앞둔 일본계 은행 서울지점들의 움직임이 불안을 더해주고 있다. 월말 일본계 은행들이 가져갈 자금이 최대 20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환율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원 당국자가 일본계 은행들로부터 달러인출 자제를 약속받았다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시장참여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출입업체들은 이달말까지 달러당 9백15∼9백20원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업체들이 달러를 내다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불안한 외환시장 흐름에다 기업들의 달러보유 심리까지 겹친 최근의 시장상황에 비춰 외환시장의 동요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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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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