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대파업 전망] 국민외면 실리못챙기고 끝날듯

항공 노사협상 타결땐 분위기 급속냉각 가능성노동계의 연대파업 이틀째인 13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동시 파업에 이어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 소속 서울대ㆍ전남대ㆍ경북대 등 8개 대형 병원이 파업에 가세, 앞으로 연대파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동계가 두 항공사와 병원파업 등으로 외형상 연대파업의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국민들이 등을 돌려 이번 파업은 겉만 요란하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민주노총이 두 항공사의 연대파업과 병원파업 등 연대파업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자칫 특별한 성과는 없이 노동계의 고립을 자초,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길어야 하루 정도를 기대했던 사상 초유의 항공사 동시파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데다 이날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이끌어냄으로써 연대파업이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계가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여론과 함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처, 시민단체조차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등 가슴을 터놓을 '어깨동무'가 없어 항공사 노조의 협상만 타결되면 급속 냉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우리 사회의 평균수준을 감안할 때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노동운동이라는 명분을 걸고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 "가뭄극복에 온 국민이 하나로 나서고 있는 마당에 연봉 1억원 안팎의 고임금 노조원의 파업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여론은 여론이고 현실은 현실이 아니냐'는 논리로 당분간 여세를 몰아갈 방침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지난 11일 밤 협상과정에서 임금동결을 선언한 뒤 운항규정 심의위 노사동수 참여와 외국인조종사 연차적 감원 요구 등의 수정안을 낸 것도 바로 이 같은 방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단협이 타결된 사업장은 파업을 즉시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12일 "가뭄이 가슴 아프지만 그 때문에 직장인들의 1년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파업에 가기 전에 교섭을 타결하고 싶고 불가피하게 파업에 들어갔더라도 최단시일 안에 파업을 마무리하고 싶은 게 우리의 심정"이라고 밝힌 것도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12일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처리 방침을 천명하고 발 빠르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하는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도 노동계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노조가 출범, 투쟁경험이 모자라는 이성재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 등 14명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이 시도된 12일 밤 협상에서 노조측이 그 동안 쟁점에서 한발 물러나 고소고발 취하 및 징계 면책 등을 핵심쟁점으로 들고나온 점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주5일 근무제도입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구조조정 중단 ▦모성보호법ㆍ사립학교법 등 개혁법안 통과 등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선 노조는 임금인상, 고용안정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연대파업의 공동 요구사항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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