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의 담화가 비록 국민적 기대에 미흡하기는 했지만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진정성을 대내외에 보여준 점을 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대통령이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일관계는 아픈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과거를 정리한 토대 위에서 미래를 설계해 나가자는 이 대통령이 핵심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과거사에 발목 잡혀 수시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한일관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큰 틀에서 양국이 미래를 키워드로 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자는 통치권자의 일관된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다만 "양국이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혀 마음을 열고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선결조건이 남아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간 총리 담화가 나름대로 진정성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한국민들의 가슴에 진정으로 와 닿으려면 담화 내용을 구체화하는 후속조치를 성실하게 실천하고 이행하라는 주문인 동시에 일본이 과거사 미완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이제는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10일 간 총리가 밝힌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한반도 유래 도서 반환을 위한 양국 간 문화재 반환 협상의 진행 양상은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해보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전망되다.
문화재 반환 협상에서 일본 정부가 강제적인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의 기조를 유지하며 전향적으로 임한다면 양국 관계는 한층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이 반환 대상 문화재의 조건을 까다롭게 선정하는 등 향후 협상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한일 관계에 모처럼 조성된 우호적인 분위기는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