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국증권연구원장, 서강대교수우리경제가 IMF 위기관리하에 놓이면서 각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 역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에 힘입어 모처럼 자본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는듯 하나 구조적인 문제에서 탈출하였다고 보기는 속단인 것 같다.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제도의 선진화에는 눈부실만한 진전을 보았다.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자본시장 제도는 국제정합성면에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선진화된 틀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자본시장이 활력을 찾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투자자인 주주가 주인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제도 내지 관행 때문이었다. 오직 대주주만의 이익을 위한 시장으로 인식되었고 소액주주들은 철저히 소외되었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모든 주주가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각종 제도가 마련되었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지분비율이 0.01%로 대폭 낮춰져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었다. 그외 이사·공사의 해임청구권,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주주총회소집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비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완화되었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경영투명성 장치도 마련되었다. 기업집단에 대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모든 상장기업은 사외이사를 반드시 선임하도록 했다. 현행 사외이사제도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체 이사중에서 사외이사 수를 과반수 이상으로 하는 등의 제도보완이 이뤄지면 주주를 위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가장 큰 기관투자자인 투자신탁회사 등으로 하여금 의무화했던 중립투표제(SHADOW VOTING)가 폐지됨으로써 기관투자자들이 경영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투자신탁의 단점을 보완한 회사형 투자신탁의 도입은 우리 자본시장의 수준을 질적으로 한 단계 높일 업적으로 평가된다. 회사형 투자신탁은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여 투자성과를 감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향후 자본시장 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다. 또한 대출채권 유동화제도를 도입하여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자산의 만기구조를 자유롭게 조절하게 한 것도 제도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했다.
기업의 재무정책에 대한 규제도 대부분 완화되었다. 주식의 액면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분할하게 하고 기업의 해외증권발행을 완전 자율화함과 동시에 자사주 취득한도를 철폐함으로서 기업의 재무정책에 자율성을 크게 신장시켰다.
채권시장의 선진화 방안도 마련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채권시가평가제를 도입해 채권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국채시장의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는 등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한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를 정식으로 출범시키는 등 중견·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직접금융조달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갖추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격제한 폭이 15%까지 확대되어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었고, 토요일에 휴장하는 대신 평일의 거래시간을 확대하여 국제기준에 근접시켰다.
그러나 우리 자본시장이 기업에게는 양질의 자금조달의 장이 되고 투자자에게는 바림직한 투자의 장이 되어 국제경쟁력이 있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제도가 아직도 많이 있다. 채권 전문딜러회사의 설립허용 등 채권시장 발전을 위한 선진화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도입시기를 가능하면 앞당겨야 할 것이다.
근로자의 노후복지문제를 개선하고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할 기업연금제의 도입도 서둘러야 할 과제이다. 정보화 시대에 맞춰 사이버 증권거래에 대한 각종 제도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업공개와 상장요건을 더욱 완화하고 코스닥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자본시장에서 신규진입요건이 완화되고 가격자율화 폭이 확대되어 진정한 의미에서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서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