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84세 노(老) 회장의 골프사랑

김진영 <문화레저부 차장>

국내 유일의 미국LPGA투어 경기인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가 펼쳐진 경북 경주의 마우나오션 골프장은 첫날인 지난 27일부터 인근 경주와 울산은 물론 부산과 대구에서 몰려온 갤러리들로 시끌벅적했다. 29일 최종일에는 코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와 함성이 어우러지면서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노 신사가 대회 주최 측인 코오롱의 이동찬 명예회장이었다. 2라운드 오후부터 코스에 모습을 보인 그는 비록 카트에 의지하기는 했으나 84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젊은 갤러리들 못지않게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했다. 이 명예회장은 강원도 오대산의 청정 낚시구역인 장전계곡에서 직접 낚은 피라미를 공수, 2라운드 오전 한국 선수들을 위한 식사 메뉴에 피라미 튀김을 올리도록 지시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대한골프협회(KGA) 회장으로 오랜 기간 봉사하기도 했던 터라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선수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듯했다. 사실 이 명예회장의 골프 사랑은 골프계 안팎에 정평이 나 있다. 몇 년 전 실무진이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한국오픈 주최를 재고하자고 청했을 때 “58년 한국프로골프대회로는 처음 창설된 내셔널 타이틀 대회가 어디 당신들 마음대로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것이냐”며 호통을 쳐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결국 한국오픈은 지난해부터 하나은행이 공동 스폰서로 합류하면서 규모가 더 커졌고 올해는 국내 대회 사상 최대인 총상금 7억원을 걸고 치러졌다. 이 명예회장은 이번 LPGA투어 후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여자대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이 하나은행과 손잡고 국내 유일의 미국LPGA투어 경기를 주최하게 된 것은 이 명예회장의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 그 덕에 유명 선수들의 플레이에 목말라 하던 경북지역 골프 팬들은 마음껏 ‘굿 샷’을 외치며 감탄할 수 있었고 또 한명의 코리안 스타 탄생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국 골프가 비교적 단시간에 세계무대를 호령할 힘을 기르게 된 데는 이 명예회장의 이 같은 골프 사랑이 한몫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 사랑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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