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단지 업그레이드] ③ 남동·부평단지

임차동단으로 전락… 공장소유업체 99% '임대' 병행<br>"제조업은 비전 없다" 아예 임대업 전환하기도<br>영세 임창버체 늘고 투기꾼 가세 "경쟁력 약화"<br>생산 중심서 신산업 전환·혁신 공간으로 변화해야


남동산업단지가 기반시설 노후화 및 임차업체 급증으로 ‘영세공장 밀집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은 여러 업체들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1단지 A블록의 한 공장.

인천 남동공단에 500평 규모의 공장을 소유한 조립금속업체 I사는 지난 10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250평을 임대했다. 나머지도 임대하기 위해 인근 중개업소에 내놓았다. 자동차부품을 제조해온 M사는 오랜 적자에 허덕이다 지난해 5월 공장 1,200평을 플라스틱 금형업체 2곳과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 2곳에 모두 임대하고 아예 제조업을 접었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형 산업단지인 남동ㆍ부평공단에선 이처럼 제조업을 접고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력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골치 아픈’ 제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공장용지를 임대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차공장ㆍ업체 급증= 올 6월 말 현재 남동공단 입주업체 가운데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제조업과 임대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신고한 업체는 1,700개, 전문 임대사업자는 324개나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 소유의 공장을 가진 2,050개 업체 가운데 99% 정도가 공장의 일부라도 임대해 세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1단지에서 통신부품을 만드는 S사 L사장은 “값싼 중국산에 밀리는 데다 높은 인건비와 내수 침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해 더 이상 제조업은 비전이 없다”며 “상당수 입주업체가 임대업 전환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차업체 수는 9월 말 현재 2,118개(전체 입주업체 4,168개의 51%)로 지난해 말보다 110개가 늘어났다. 기반시설 노후화로 입지 경쟁력이 약화되고 제조업에 대한 매력 감퇴, 자가공장을 마련할 여력이 없어 공장을 빌려 제품을 생산하려는 임차기업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다. ◇땅값ㆍ임대료 급등에 ‘허덕’= 이처럼 남동ㆍ부평공단은 입주업체들의 사업 축소ㆍ포기 및 생산기지 해외 이전, 그에 따른 영세 임차업체 급증으로 주차난ㆍ물류난만 심화된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입주업체들의 평균 매출ㆍ종업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공단의 ‘영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부동산 투기꾼들의 가세로 땅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자기 공장을 구입할 엄두를 못내고 비싼 임대료에 허덕이며 ‘쪽방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9년 완공 당시 평당 25만원 하던 부지는 최근 평당 25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다 보니 원가부담은 올라가고 연구개발ㆍ설비투자 여력은 취약해져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형업체 F사 D사장은 “200평 규모의 공장을 임차하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설비투자는 엄두도 못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노후화가 심각한 인근 부평공단은 폐업ㆍ이전하는 업체가 속출해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01년 681개였던 입주업체 수는 올 9월 말 현재 359개로 47%나 감소했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공장 임대업을 강력히 통제하고, 제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생산 중심적인 기존의 공단을 신산업 및 혁신창출 공간으로 변화시켜 입주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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