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특히 내부적으로 삼성카드가 양보하지 않으면 다른 카드사와는 달리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치열한 밀고 당기기 싸움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들의 협상은 재계 1~2위 그룹 간 자존심 대결로도 비쳐질 수 있어 양측 모두 긴장하는 모양새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삼성카드에 복합할부 관련 협상을 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와 삼성카드의 계약만료일은 다음달 19일이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 공문을 보냈고 9일에는 실무자끼리 만났다"며 "아직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복합할부는 신용카드를 끼고 캐피털사에서 할부로 차를 사는 상품이다. 고객이 카드로 차를 사면 현대차 등 판매사는 카드사에 취급수수료를 줘야 한다. 직접 캐피털사를 통하면 안 나가도 될 수수료인데 중간에 카드사가 끼어 있어 불필요한 돈이 나가고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카드사들과 계약이 끝날 때마다 1.85~1.9% 수준인 복합할부 수수료를 체크카드(1.3%)로 낮추거나 아예 상품취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지금까지는 현대차의 요구가 먹혀들었다. 앞서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1.5%)로 요율을 내렸고 비씨는 복합할부를 팔지 않기로 했다. 현재 협상 중인 신한카드도 복합할부 취급 중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합할부 취급금액만 놓고 보면 사실상 업계 1위인 삼성카드의 상황은 다르다. 연 900억원 수준인 신한과 달리 삼성은 2013년 기준으로 복합할부 취급액이 1조2,500억원에 달해 복합할부상품 취급을 중단할 경우 매출과 수수료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복합할부 취급중단은 물론이고 체크카드 수수료(1.3%)로도 인하하기 어렵다는 게 현재 입장이다. 삼성은 그 대응방안으로 변형 복합할부상품을 내놓고 현대차와 협상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현대차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현대차는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맹점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삼성카드로 현대차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다른 카드로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현대차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는 삼성카드만 받는데도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설령 삼성카드로 현대차를 사지 못하더라도 다른 카드를 쓸 수 있다면 소비자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열사 간에 벌이는 협상이지만 은행계 카드사 때와는 달리 그룹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어 업계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