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우사태 관련 의혹 해소가 우선

분식회계ㆍ사기대출ㆍ재산의 해외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 동안의 해외도피생활 끝에 귀국해 법의 심판대에 섰다. 한때 재계2위의 재벌총수로 세계경영을 외치며 지구촌을 누볐으나 그룹의 부도로 해외를 전전, 칠순을 앞둔 나이에 병약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두고 동정론과 단죄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김 회장은 귀국 후 ‘국민에게 드리는 사죄의 글’에서 “실패한 기업인으로 과거의 문제들을 정리하고자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돌아왔다”며 대우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 잘못한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잘 못 이해된 부문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23조원의 추징금을 물어내고 실형을 살게 된 대우그룹 전ㆍ현직 임원들, 그의 말을 믿고 채권 등을 샀다 엄청난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사실 김 회장에 대한 죄목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분식회계ㆍ사기대출ㆍ외화유출혐의 등으로 전 대우그룹 경영진 21명이 기소된 사건에서 김 전 회장을 이 모든 혐의의 공범으로 사실관계를 확정, 유죄판결을 내린 상태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어떤 이유로 어떤 절차를 걸쳐 불법대출을 받았는지, 정치권과의 뒷거래는 없었는지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또 외화를 해외로 빼돌렸는지 여부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김 회장은 한푼의 외화도 빼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억울한 점이 있다면 분명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김 회장의 귀국과 검찰수사는 한국 기업의 진로와 방향을 찾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대우사태로 우리경제가 엄청난 대가를 치렀던 만큼 제2, 제3의 ‘대우’가 나타나지 않도록 교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이 대우만의 책임인지, 금융기관이나 회계법인은 자유롭고 떳떳할 수 있었는지, 정책적 판단의 오류는 없었는지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될 일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의 귀국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등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모든 의혹이 해소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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