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민단체 압박에 경영 급속 냉각

주주총회에 맞춰 가중되는 시민단체들의 압박은 새 정부의 재벌개혁 기치와 맞물려 대기업들의 경영관행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게다가 이라크전쟁과 북핵 변수 등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노사대립 등 내부 변수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당장 경영활동이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 기업들이 SK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주총 대책을 중장기 경영전략에 연계해 긴급하게 마련중인 것도 이 같은 상황 판단 때문이다. ◇주총장, 전방위 난타전 예고= 올해 대기업들의 주총 분위기는 시민 단체들의 준비상황으로부터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도 시민 단체들의 `주총 공격`은 삼성전자 등 2~3개 기업만을 집중 타깃으로 진행됐으나 SK에 대한 검찰수사로 시민단체의 위상이 확연하게 달라졌고,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들 전반으로 대응의 범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참여연대의 사슬에 얽혀 있다. 삼성그룹에선 삼성종합화학이 이천전기 인수와 관련해 지난 98년 참여연대로부터 제소된상황이다. LG도 지난 1월 구본무 회장 등 LG화학의 이사들이 지난 99년 회사가 100% 보유했던 LG석유화학 지분중 70%를 자신들과 구회장 일가에게 낮은 가격에 팔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참여연대로부터 손해배상 요구를 받았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올해 인사에서 이뤄진 오너일가의 무더기 승진을 벼르고 있다. 이밖에도 북핵문제와 관련해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상선 등이 표적이다. 두산과 한화, 동부 등 중견그룹들도 유례없는 격전을 치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도 외환은행 등 상당수가 시민단체로부터의 공격을 감내해야할 형편이다. 파장은 거래소 상장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엔씨소프트 등 코스닥 기업들까지 미칠 듯 하다. ◇기업들, `비상 상황` 돌입= 기업들의 분위기도 예년과 확연히 다르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다. `SK 사건`이 불거져 나온 이튿날인 18일, 각 기업들은 재무ㆍIRㆍ경영전략 등 유관 부서들이 대거 비상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게 표면상의 대책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주총 준비와 관련해 기업간 정보교류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 동향에도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A그룹 계열사의 IR담당자는 “주총을 계기로 돌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심각한 상황인식을 반영했다. 법무팀까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B그룹 관계자는 “NGO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지분매각이나 투자 등 기업활동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사전 홍보활동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총을 앞두고 노사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말도 극도로 아낀다.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사안이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수위 등에 비공식 접촉도 강화하고 있다. ◇악재 동시다발적 직면= 기업들의 고민은 주총이 가져올 파장. 현대차 관계자는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북핵문제 등 암울한 대외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의 신인도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자칫 해외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중장기 경영전략 수정도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올해 투자를 하반기 이후로 늦추고 있는 가운데, 투자규모를 아예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대부분 기업들이 `잠복`할 것으로 본다”며 “주총이 끝나고 신정부의 재벌개혁 강도가 주춤해진 후에야 경영활동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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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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