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관료주의·혁신 실패로 화 자초

'휴대폰의 대명사' 노키아 휘청 왜?<br>폐쇄주의 정책 고수… 美서 고전<br>모바일솔루션사업부장등 잇단 퇴진



인구 520만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낳은 전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 노키아. 그 동안 강소국의 상징이 되며 성공사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혀왔던 노키아의 수장들이 최근 잇따라 퇴장했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체면을 구기면서 145년 노키아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의 외국인 CEO를 이달 초 깜짝 영입한 데 이어 노키아의 정신적 지주인데다 휴대폰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안시 반요키 모바일솔루션사업 부장까지 사퇴한 것이다. 여기에 노키아를 14년간 이끌며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반열에 올려놓은 요르마 오릴라 이사회 의장도 2012년에 퇴진하기로 했다. ◇'혁신'으로 성장한 노키아, '혁신' 실패=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휴대폰=노키아'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휴대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가 휘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일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거함 노키아가 흔들리는 이유는 관료주의다. '혁신'으로 거듭난 노키아가 10만 대군을 이끌면서 대기업의 고질병에 빠진 것. 휴대폰 회사 한 관계자는 "세계 시장이 디자인과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혁신의 혁신을 거듭하는 동안 노키아의 관료들은 그들만의 지상주의에 매몰돼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목재 회사에서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 휴대폰업체로 발돋움했던 노키아가 '혁신'에 실패하며 추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키아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이에 반격하기 위해 잇따라 내놓은 스마트폰 모델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노키아와 관련된 뉴스는 '실패' '하차' 등 좋지 못한 소식뿐이었다. 2000년 노키아의 시가 총액은 2,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당시 애플의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애플 같은 회사 10개가 모여야 노키아 하나가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꼭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노키아의 시가 총액은 간신히 300억 달러가 넘고 애플은 2,500억 달러에 근접했다. 이제 노키아 8개가 모여야 애플을 당할 수 있을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곡선은 10년 동안 정확하게 엑스(X)자를 그리며 완전히 뒤바뀐 운명을 설명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2007년 1월 49%를 찍은 후 올해 35%대로 급락했다. 아직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위주의 저가 스마트폰이다.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AP통신은 "노키아가 높은 시장점유율에 안주해 스마트폰 기술과 서비스를 제때 개발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핵심인 운영체제(OS)의 경우 노키아는 자체 OS인 심비안의 업그레이드를 등한시해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07년 60%에 달했던 심비안의 점유율은 올해 44.3%까지 줄어들었다. ◇우리 것이 최고, 폐쇄성=미국 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미국 내 노키아의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7.8%에 머물러 삼성과 LG 등 선두업체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가격도 2007년 가을 이후 무려 75%나 급락했다. CNN머니는 20일 노키아가 이처럼 미국에서 고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미국 시장과의 비타협'을 꼽았다. CNN에 따르면 다른 휴대전화서비스업체들은 미국시장에서 모바일기기의 디자인과 운영, 조작 시스템 등에서 다른 시장에서와 달리 타협적인데 비해 노키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부문에서 자기들만의 것을 고집하면서 고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자신의 고유 운영체계인 '심비안'은 10여 년 이상 시장을 누려 오면서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디자인에서는 투박하고 구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키아 역시 이를 인식하고 '미고(MeeGo)'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 개발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한 박자 늦은 상황이다. IDC의 애널리스트 래몬 라마스는 "노키아는 항상 '미국 시장이 중요하고 우리의 전략을 미국에 맞추고 있다'고 말해 왔으나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인 PRTM의 파트너인 댄 해이스는 이와 관련 "MS 출신을 CEO로 임명한 것은 미국시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징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현재 노키아가 미국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터치스크린이나 휴대폰의 두께 등 디자인 기술혁신 부문에서 경쟁사들에게 뒤처져 있는 만큼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담을 수 있는 고품질의 휴대폰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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