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퓰러사이언스 9월호] “이거 로봇 맞아? 정말 사람얼굴이네“

지난 4월 미국 덴버에서 열린 과학 학술회의에서는 로봇 머리가 단연 인기를 끌었다. 걷거나 날 수도 있고 기거나 점프할 수도 있는 곤충 로봇, 다이빙하고 헤엄을 칠 수 있는 생물학적 지능형 로봇에 관한 프리젠테이션도 로봇 머리를 따라갈 수 없었다. 달라스 소재 텍사스대에서 인터랙티브 아트와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데이빗 핸슨이 보여준 로봇 머리는 최근 몇년동안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아시모, 그레이스, 키스멧 등과 같은 로봇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마디로 훨씬 친밀하다. 인조인간이라는 말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핸슨이 로봇을 여자친구로 정말 착각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농담까지 했다. 혼다의 아시모는 플라스틱 피부를 입고 두 다리로 걷는다. 로봇 제작 공장에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는다. 카네기멜론대의 그레이스는 바퀴에 금속부품들을 부착하고 꼭대기에 컴퓨터 모니터를 얼굴로 단 180cm짜리 로봇이다. 지난해에는 한 컨퍼런스에 직접 등록하고 제자리를 찾아가 프리젠테이션까지 했다. 몇년전 방송에 단골로 등장했던 키스멧은 사람들 눈을 똑바로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웃는다. 아기처럼 관찰과 모방을 통해 스스로 배운다. 이런 로봇들은 누구가 좋아할 것이다. 이밖에도 간호사나 교사, 하인, 친구 용도로 설계되고 개발되고 있는 로봇들도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재능에도 불구하고 결국 로봇은 로봇일 뿐이다. 여전히 로봇들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동작이 서투르고 부피가 크다. 하지만 핸슨의 로봇 머리는 달랐다. 비록 뒤쪽이 없는 로봇 머리로 나무 판에 볼트로 고정되어 있지만 부드러운 살색의 폴리머 피부와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목구비, 높게 솟은 광대뼈와 크고 푸른 눈이 진짜 사람 얼굴을 하고 있다. 핸슨은 로봇 머리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키를 몇 개 누르자 얼굴이 움직인다. 좌우로 번갈아 살피고는 웃는가 했더니 인상을 쓰고 비웃는 표정을 짓다가는 불안한 듯 눈썹을 치켜세운다. 로봇 얼굴에는 24개의 모터가 있어서 사람의 안면 근육 역할을 한다. 눈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사람들이 쳐다보는지 관찰하다가 사람들의 표정을 흉내내기도 한다. `K봇`으로 명명된 이 로봇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핸슨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과학자들과 보철기구와 외과용 실습도구 제작사들, 섹스인형 제작사들로부터 이메일과 전화가 폭주했다. 핸슨은 이 머리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고 의학 웹사이트들을 밤낮으로 뒤지고 다녔다. 눈썹을 끌어 올려 앞이마에 주름이 생기게 하는 근육에서부터 입 양끝을 끌어당겨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근육에 이르기까지 주요 안면 근육에 관한 온갖 정보들을 기록했다. 그는 또 수천개의 얼굴 표정들을 분류해 어떤 안면 근육들이 작용해 각각의 표정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한 심리학자 폴 에크만의 연구결과도 참고했다. 이어 플라스틱 모형과 재료들을 가지고 수십, 수백 차례 실험을 하면서 얼굴 안쪽에 24개의 모터와 2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 피부에 고정할 고정장치와 나일론 낚시끈들을 장착했다. 그리고 머리에 전선을 연결하고 이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을 짜 넣었다. 로봇 머리가 점차 사람의 모습과 가까워 질 때쯤 핸슨은 이 보다 훨씬 어려운 K봇의 두뇌 제작을 시작했다.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하는 최신 컴퓨터 시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아이매틱이라는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 베타 버전을 얻었으며 캘리포니아대 샌디애고 분교의 인지과학자인 조첸 트리에쉬로부터는 로봇 두뇌를 이용한 사교기술 등을 확보했다. 로봇과 인간은 얼마나 닮을 수 있을까. 아니 얼마나 닮아야 할까. 이미 70년대말 마사히로 모리라는 일본의 과학자는 로봇이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감성적 반응도도 당연히 증가하지만 하지만 특정 시점을 지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온다는 주장을 했다. 인간과 같은 로봇을 원하면서도 인간은 인간과 너무나 똑 같은 로봇을 발견하게 되면 정작 섬뜩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너무나 똑 같은 로봇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학자들의 또 다른 딜레마가 숨어 있다. <정리=조충제기자 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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