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를 미리 내다 팔았던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오르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달러를 되사기 시작했다.
상반기 중 선물환 거래로 앞으로 들어올 수출대금을 미리 팔았던 기업들은 해지수수료를 감당하면서까지 (선물환)계약을 파기하고 나선 것이다.
기업들은 지난 3월 1,000원대가 일시 붕괴되자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당시 환율 수준인 1,008원대에 앞으로 들어올 달러 물량을 미리 대거 처분했다. 3월 한달 동안 선물환 계약으로 내놓은 물량만 60억달러.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30일 한때 1,033원까지 상승하는 등 연초 체결했던 환율 수준보다 달러당 20~30원 이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전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초 맺었던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계약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이 1,040원선을 넘을 경우 1,000원선 부근에서 선매도한 헤지분이 손절매수로 처리되며 환율의 연초 수준 회복을 돕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무역흑자 감소 추세에 기업들의 과매도 헤지 등이 어우러질 경우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팀장은 “원ㆍ달러 환율 상승기조가 올 여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팀장은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시아 통화를 사들이던 단기투기자금이 아시아 통화를 내다팔고 달러를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국제유가 상승세 등이 맞물리면서 오랫동안 달러약세 압력으로 작용해온 미 쌍둥이적자가 가려져 있는 형국이다. 김병돈 조흥은행 부부장은 “미국 금리인상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며 “엔ㆍ달러가 110엔대 위에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원ㆍ달러 환율도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팀장은 “하반기 환율상승 여부는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 글로벌 달러강세 기조가 유지됐지만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인 것은 기업들의 선물환 헤지물량 때문이므로 하반기 역시 기업들의 매도전략으로 환율 상승폭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바닥으로 1,070원대까지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