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법정 공방전이 이르면 다음주에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최성준)는 24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 사건 2차 심문에서 “가능하면 연내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낼 예정”이라며 “늦어도 1월 4일 이전에 결론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늦어도 다음달 초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 사건을 결론 낸다고 해도 패소한 측이 이 결정에 불복하고 본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제2, 제3의 소송전으로 이어져 장기전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심문에서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이에 동의하자 재판부는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에 각각 오는 27일과 29일까지 주장의 요지를 서면 제출할 것으로 요청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오는 1월7일까지는 현대차 그룹의 지위 변경을 위한 주주협의회 결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의 가처분 판결 결정을 고려해 논의를 진행한 후 주주협의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 측은 “현대그룹으로 우선협상자를 일단 정하고 후에 현대그룹에 소명하는 기회를 주는 방식을 선택했으나 현대그룹이 인수대금 1조 2,000억원의 성격에 대해 예금에서 대출로 다시 브릿지론이라며 이야기를 바꾸며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브릿지론’ 의혹에 대해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법정에서 “브릿지론과 일부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 현대차에서 부풀려 퍼뜨리면서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측은 특히 “자금의 인출제한 여부와 관련해 이미 채권단에서 확인하고 점수에 반영한 후에 이제 와서 ‘브릿지론’이라며 트집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 대출이 예정되어 있는 일시적인 대출, 즉 브릿지론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2일 1차 심문 이후 1조2,000억원 자금의 성격과 관련해 "일종의 브릿지론"이라고 밝힌 것을 사실상 번복한 셈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후행조건이 별도로 있을 거라는 의혹 때문에 계약서를 보자는 것”이라며 “현대그룹은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서 채권단이 2~3개월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땐 현대차가 5조 1,000억원을 주겠다는 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종결하면서 채권단이 성급하게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자금 출처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면 선정절차를 우선 보류한 후에 확인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며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5조가 넘는 큰 돈을 처리하면서 구두로만 자금출처를 확인하겠다고 약정한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