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하루만에 오름세로 돌아서고 거래량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뜻 보기에는 `상승 추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 변동성이 작아지고 있고, 초저가주로 거래가 쏠리고 있는 모습을 고려하면 상승추세로의 전환 가능성보다는 조정국면 진입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종합주가지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업종의 지수가 지지선을 이탈하고 있고, 외국인 매수강도도 약화되고 있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하루종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매매공방을 벌인 끝에 전일보다 4.55포인트(0.52%) 오른 881.65포인트로 마감했지만 최근 엿새째 하루 변동폭이 1%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해외 증시의 흐름도 국내증시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올들어 국내 증시에 비해 상승탄력이 약했던 미 증시는 이미 상승추세가 꺾인 가운데 조정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시장 지배주로 떠오른 삼성전자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대감이 살아있어 `가격`보다는 `기간` 조정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정을 알리는 징후들 잇따라 출현=증시에서 조정을 알리는 신호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저가주로 거래가 몰리고 있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날 거래량은 7억2,000여만주를 기록, 지난해 4월23일(7억4,794만주)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거래량 1위와 2위는 LG카드와 KDS로 각각 1억6,000여만주, 1억4,000여만주로 전체거래량의 40% 이상에 달했다. 초저가주로 거래가 몰리는 현상은 통상 조정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비록 순매수를 보였지만 외국인의 매수기조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월 첫 주 순매도에서 2주차에는 8,011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이번 주 들어 감소하고 있다. 지난 16일 2,615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사흘째 줄어들어 이날에는 700억원 대로 감소했다.
그 동안 장세를 선도했던 주요 업종지수가 지지선을 이탈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전기전자 업종은 5일선을 놓고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이고 있고, 화학과 철강업종 등은 이미 20일선까지 추락했다. 은행주가 유일하게 1월 고점을 벗기고 선전하고 있는 정도다.
◇미국 증시보다 강한 흐름 지속되기 어려울 듯=그 동안 다우와 나스닥지수보다 종합주가지수가 상대적으로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도 부담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해외 펀드들이 주식형펀드에서 인텔 등 대표주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삼성전자의 비중을 높인 것이 한국증시의 상대적 강세를 이끈 요인이었다”며 “하지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0일선까지 추락하면서 국내 증시 조정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조정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우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던 다우 운송지수가 최근 들어 상승추세를 이탈했다”며 “원재료비에서 원유와 인건비 비중이 높은 특성상 운송지수를 통해 향후 미국증시를 전망하면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이 `방패`될 듯=하지만 조정국면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조정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걸쳐서 큰 폭의 지수가 하락하는 양상보다는 지리한 게걸음 장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전자의 지수 방어 역할이 커질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조재훈 대우증권 팀장은 “삼성전자의 상승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있고 외국인간의 매매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상승보다는 매매공방과 함께 쉬어가는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살아있어 지수 급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